청년층 '체감경제고통지수' 역대 최고
기업 인력부족률 22%로 '재상승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등 취업 준비자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중 취업자가 8개월째 증가하고 실업률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3일 이투데이가 국가통계포털(KOSIS)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월 취업준비자는 83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6.7%)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조회가 가능한 2003년 이래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취업준비자는 지난해 3월(2.2%) 이후로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 시기와도 맞물린다.
취업준비자는 취업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기관에 다니는 인구로, 취업시험이 없는 달에는 구직 활동 자체가 없기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하지만 취업시험을 위한 준비가 근본적으로는 구직 활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자 증가는 사실상 실업자가 늘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연령대로 보면 취업준비자 대부분(87.6%)은 2030세대가 차지했으며, 작년 같은 달보다 5.4% 증가했다. 20대는 56만 명으로 2만2000명(4.2%) 늘었고, 30대는 16만9000명으로 1만4000명(9.7%) 증가했다. 40대는 1만2000명(28.3%) 늘었고, 50대는 720명(-2.9%) 줄었다. 60세 이상(1만8000명) 취업준비자는 1년 전보다 2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었으나 전체 취업준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취업준비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그만큼 청년층에 취업난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자체가 감소하고 있고, 공개채용 대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사실상 취업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히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늘어난 점도 취업준비자가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준비자들의 취업준비 분야는 일반직 공무원(32.4%)에 쏠렸다. 이는 1년 전보다 4.1%포인트(P) 확대된 수치다.
공시생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채용 규모 축소 등에 따라 민간 기업의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취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으로 더 많은 취업준비생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취업준비생이 갈수록 늘고 있는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오히려 인력난을 호소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심화했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 규모 축소 등에도 대기업만을 바라보며 취업 시기를 늦추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인력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인력난은 심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최근 고용 흐름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인력부족률은 2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P 늘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부족 인원도 28만20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5만9000명 늘었다. 특히 인력 부족률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높았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올해 상반기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도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재구성해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7.2로, 2015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연령대별 체감실업률에 연령대별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이다. 이 지수는 청년층(15~29세)이 27.2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18.8) △50대(14.0) △30대(13.6) △40대(11.5) 등의 순이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25.4%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2.9%에서 2년 6개월 만에 2.5%P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