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까지 할 셈이지?
약 10년 전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인기 게임 1순위에 이름 올린 그 게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유저를 보유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약자로 롤(LOL). 2016년 기준 월 플레이어 수 1억 명 이상을 달성, 2019년 8월 기준 하루 전 세계 서버의 피크 시간엔 800만 명 이상의 어마어마한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롤은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활약으로도 유명합니다. 전 세계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 롤 프로게이머들의 실력평가에서도 페이커는 ‘논외’로 칠 만큼의 명성이죠.
리그 오브 레전드는 미국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10명이 5명씩 팀을 이루어 상대 팀과 싸우는 대전게임입니다. 사용자들이 직접 캐릭터를 선택해 상대방 진영을 초토화해야 게임이 끝이 나는데요.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정식 서비스 제공 지역을 대상으로 공식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상위 실력을 갖춘 프로팀들이 참가하는 공식 프로 티어 리그인 ‘LOL챔피언스 코리아(LCK)’와 챔피언스 코리아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팀들이 참가하는 공식 세미 프로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가 열리고 있죠.
그런데 라이엇 게임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장사’를 기가 막히게 해내고 있는데요. 다른 게임과는 다른 엄청난 수의 챔피언들을 활용, 완벽한 세계관을 구축한 거죠. 웬만한 영화, 아이돌을 능가할 무한한 세계관이 등장했는데요. 이 세계관의 첫 출사표는 다름 아닌 ‘K팝 아이돌’이었습니다.
이름하여 ‘K/DA(케이디에이)’. 이 그룹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 2018 월드 챔피언십’을 기념해 라이엇에서 선보인 가상의 K팝 걸그룹인데요. 그간 게임업계에서 캐릭터를 활용해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K/DA처럼 실제 유명 가수를 기용한 다국적 프로젝트는 처음이었죠.
‘롤 세계관’에서 이미 인기가수인 ‘아리’가 멤버들을 모아 그룹을 만든 건데요. 이블린, 카이사, 아칼리를 영입해 4인조 걸그룹을 탄생시켰습니다. 실제 한국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과 소연이 아리와 아칼리로 분해 멋진 노래를 완성했죠. (후에 객원멤버 세라핀의 등장으로 중국색이 가미돼 초를 치긴 했지만) K/DA는 인기 아이돌을 제치고 3억 대의 유튜브 조회 수라는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K/DA의 인기에 라이엇은 더 큰 꿈을 꾸게 되는데요. 무려 6년을 준비한 야심작. 장편 애니메이션 ‘아케인’입니다. ‘롤 세계관’, ‘롤 유니버스’의 등장 도시인 ‘필트오버’와 ‘자운’을 배경으로 ‘징크스’와 ‘바이’의 탄생과 그들을 갈라놓은 힘에 관한 ‘심오한’ 애니메이션인데요.
총 9개 에피소드로 제작됐고 1막당 3개의 에피소드를 3주에 걸쳐 공개합니다. 현재까지 1막 3편을 볼 수 있고, 14일 2막 3편이 추가로 서비스되죠. 프랑스의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포티셰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는데요. K/DA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회사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원화 스타일이 그대로 재현돼, 기존 팬들의 큰 환호를 받고 있는데요. ‘룬테라’라는 행성이 이 ‘롤 세계관’의 배경입니다. ‘아케인’은 룬테라의 다양한 도시 중 ‘필트오버’와 ‘자운’이 두드러졌는데요. 부유하고 번성한 도시 ‘필트오버’와 그 아래 공해와 독성 물질로 오염된 지하도시 ‘자운’. 두 도시는 땅과 하늘을 공유하며 아슬아슬하게 공존하고 있죠.
‘자운’과 ‘필트오버’는 실제 게임에서 스토리 업데이트가 크게 진행되지 않았던 지역인데요. 이번 아케인에서 공개된 스토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 정사에 정식으로 편입됐습니다.
아직 게임에서 공개되지 않은 챔피언들이 과거의 역사를 다루는 프리퀄 형식의 드라마인데요.
이번 드라마의 시작은 ‘자운’에서 올라온 바이 일행이 마법 공학을 연구하던 제이스의 집을 털어 각종 마법 도구들과 강력한 힘을 가진 브래컨 수정들을 훔치면서 진행됩니다. 예상치 못한 폭발 사고로 ‘자운’과 ‘필트오버’ 사이 갈등이 시작되죠.
이 엄청난 세계관은 게임 유저들만 즐기는 건 아닙니다.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별도의 배경 지식 없이 즐길 수 있는데요. 1~2회에서는 친절하게 등장인물들의 관계성을 설명하고, 3화에서는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됩니다.
친절한 스토리 구성 덕에 아케인은 42일간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지키던 ‘오징어게임’의 독주를 깼는데요. 아케인은 중국에서 특히 인기가 뜨겁습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는 최대 영상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정식 공개됐는데요. 공개 직후 중국에서 1억3000만 건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인기 또한 만만치 않은데요. 아케인 출시를 기념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아케인 팝업스토어’가 열렸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7일까지 열린 팝업스토어는 총 5개의 이벤트로 진행됐죠. 아케인의 인기를 반영하듯 하루 2000명 가까이 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사람들은 기념사진과 이벤트를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본 이의 부모님 안부를 묻는다는 예절 넘치는(?) 게임의 심오하고 깊은 세계관. ‘마블 유니버스’를 능가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 모두 즐길 준비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