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등 "금융감독의 본분 망각" 지적…내부에선 '감독ㆍ검사 완화 적절치 않아' 우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친(親)시장 행보에 급제동을 걸었다. 유보적이던 우리금융지주 종합검사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정 원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검사·제재태스크포스(TF)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 원장은 취임 이후 검사·제재TF를 꾸렸다. 감독·검사 방향성을 논하는 회의체로 감독총괄국장, 제재심의국장, 권역별 검사국장 등이 참석한다. 정 원장은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연기한 것에 대해 “철회라고 얘기한 적 없다. 검사·제재의 전체적인 제도 개선과 관련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사후제재보다 사전예방에 방점을 둔다는 메시지도 줄곧 던졌다.
그런데 금감원이 돌연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정 원장이 종합검사 폐지 여부의 핵심으로 삼았던 검사·제재TF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금감원 안팎으로 감독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의연대 등 5개 단체가 연대한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최근 “금융감독의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정 원장의 친시장 행보를 비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직원들 처우 개선은 환영하지만 감독-검사를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종합검사에 대한 정 원장의 공식 입장도 “검사·제재 제도 개선 고민 중”(11월 3일, 지주회장 간담회)→“코로나19 상황 및 검사 인력 종합적 고려해 결정”(11월 9일 시중은행장 간담회)→“종합검사 폐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11월 11일 지방은행장 간담회) 등 미묘하게 입장을 바꿔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 우리금융 사모펀드건을 두고 법적 공방 중인데 금감원장이 피고인 금감원의 감독·검사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론을 신경 쓴 것 아니겠냐”며 “우리금융 종합검사에서 딱 멈춘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계획된 것은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당의 A국회의원은 “우리금융 사모펀드건에서는 금융감독기구가 해당 금융회사의 주요 임원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 회사에 손실을 끼친 주요 임원에 대해 금융회사 감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제대로 제기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또한 이 같은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기구가 책임을 안 진다면 구조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고 그래서 금융감독체계개편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