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시께. 김모(광진구 자양동ㆍ31) 씨는 용산구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잡는 데만 2시간을 허비했다. 길가에 택시가 없었을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앱) 호출도 묵묵부답이었다. 일부 택시기사는 장거리 손님을 받으려는 심산으로 어디 가는지 물었다. 김 씨는 "서울에서 이렇게 택시가 안 잡힌 적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심야 택시 승차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3부제를 일시해제하고 골라태우기 단속에 나서는 등 방안을 마련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시민이 '심야 택시 대란'으로 귀갓길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심야(오후 11시~오전 4시) 택시 수요는 이전 대비 최대 100% 폭증했다. 시간대별 평균 영업 건수 10월 1만6510건에서 이달 1일~7일까지 2만8972건 늘었다. 특히 이달 들어 심야 택시는 전월 대비 36.9%(4448대) 증가한 1만6519대가 운행되고 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5551대가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법인택시 운전자를 지난해 1월 10만 명으로 집계됐지만 올해 8월에는 7만7934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후 식당과 카페 등이 영업 제한에 걸리면서 택시는 밤에 손님 받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사납금을 내야 하는 법인택시는 손님 감소로 최소한의 매출도 올리지 못한 경우가 잦았고, 대리기사나 배달, 트럭운송업체 등으로 직종을 변경했다. 개인택시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결국 택시 운전대를 놓고 돈이 되는 일을 찾아 떠났다.
13년 차 택시기사인 김모(48) 씨는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사람이 줄면서 수입에 큰 타격을 받았다"며 "밤 10시로 영업이 제한됐을 땐, 콜도 잘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위드 코로나 후에는 이전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심야 택시 대란이 벌어지자 서울시도 대안을 마련했다. 16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했다. 개인택시는 과로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틀을 일하면 하루는 쉬게했지만 이 기간 심야에는 택시를 운행할 수 있다. 동시에 택시 이용이 어려운 시민을 위해 '올빼미버스' 운행도 확대했고, 강남, 홍대, 종로 등 승차난이 심한 지역을 대상으로 '골라 태우기' 집중 단속도 나섰다.
이러한 대안에도 지난 주말 택시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다. 많은 시민은 길에서 지나가는 택시에 손을 흔들면서 한 손으로는 앱으로 호출을 버튼을 눌렀다. 요금을 더 지급하는 프리미엄 택시도 소용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발을 구를 때 다른 한쪽에서는 "택시 잡혔다"며 탄성을 질렀다.
일산에 산다는 직장인 최모(55) 씨는 "앱을 4개 정도 써서 호출했는데 하나도 응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간이 늦다 보니 장거리 뛰려는 택시기사들이 많은 거 같다"며 "지하철 운행시간을 늘리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최 씨를 포함해 여러 시민은 위드 코로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면 승차난 해소를 위한 다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승차 공유 서비스 등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산업규제를 풀어줘야 자유롭게 경쟁하는 동시에 시민도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에는 법인택시 공급확대를 위한 ‘택시기사 채용박람회’도 기획하고 있다. 채용박람회 기간 중 신규 채용한 업체엔 법인택시조합에서 교육비 등 인센티브도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인택시 부제해제는 물론 택시업계의 자정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며 "연말 한시적인 방편이 아닌 승차난 해소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