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 외친 중국, ‘데이터세’ 카드 만지작…인터넷 공룡 길들이기 지속

입력 2021-11-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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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거래 수익 20~30%, 생산자에 환원해야”
반독점 당국, 미신고 M&A 43건 적발도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자국 기술기업에 ‘데이터세(稅)’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중국 정부에서 기술기업을 겨냥한 데이터세가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황치판 전 충칭시장은 10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금융포럼에서 “데이터로 창출된 이익을 특정 관계자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생산한 개인 등 사회 전체에 환원해야 한다”며 “대량의 개인정보를 소유하는 플랫폼은 데이터 거래로 인한 수익의 20~30%를 데이터 생산자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하는 그의 위치를 고려하면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세가 검토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닛케이는 봤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치로 내건 ‘공동부유’ 달성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독점 ‘칼날’에 이은 새 과세 조치 검토에 IT 공룡들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 인터넷 플랫폼 대기업들은 서비스를 통해 얻은 대량의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을 확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위챗,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텐센트의 연간 순이익은 총 5조 엔(약 51조 원)을 넘어선다. 상당한 이윤을 남기는 이들 플랫폼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수익 창출원인 데이터의 관리 권한을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여기에 시 주석이 ‘공동부유’라는 명분 아래 소득재분배를 강조하면서 IT 공룡들을 겨냥한 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반독점 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기업 합병과 자산 및 지분 매입, 공동 경영 등과 관련해 미신고 인수·합병(M&A) 사례 43건을 적발해 최대 50만 위안(약 9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반독점법상 최고 벌금액이다. 텐센트(13건)와 알리바바(11건), 징둥닷컴(3건), 바이두, 디디추싱(각 2건), 바이트댄스, 메이퇀(각 1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모두 철퇴를 맞았다.

알리바바는 작년 11월에도 금융 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통한 압박에 백기를 들고 세계 최대 핀테크 업체인 자회사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중단했다. 올 4월에는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역대 최대인 182억 위안 과징금을 맞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반독점 칼날을 휘두른 데 이어 데이터세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10월 말 제14차 5개년 전자상거래 발전계획을 공표하면서 인터넷 플랫폼 거래액을 작년 37조 위안에서 2025년 46조 위안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동시에 공산당에 의한 인터넷 기업 통제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 당 주도의 산업 발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데이터 경제 통제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시 당국은 9월 말 발표한 ‘데이터 조례’ 초안에서 “데이터 거래로 얻은 수익에 대해 법인은 물론 개인도 그 이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며 “그 권리는 시가 보호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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