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바이오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인구 14억 명의 중국 시장은 글로벌 제약 시장 2위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파트너사를 활용하는 한편 기술 이전에도 적극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바이오팜은 상해 소재 글로벌 투자사 ‘6 디멘션 캐피탈(6 Dimensions Capital)’과 중추신경계(CNS) 제약사 ‘이그니스 테라퓨틱스(Ignis Therapeutics)’를 설립했다. 이번 협력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글로벌 톱 4 제약 시장에 모두 진출한 SK바이오팜은 중국 내 신약 개발 및 상업화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유럽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포함 6개 CNS 신약 파이프라인의 중국 판권을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에 기술 수출해 1억5000만 달러(1783억 원) 규모의 지분을 획득했고, 선계약금 2000만 달러(238억 원)와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1500만 달러(178억 원) 등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확보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와 WTT 인베스트먼트, KB 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한 1억8000만 달러(2139억 원) 규모의 시리즈A도 유치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 부터 전 세계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로 진출했고, 이어 최근에는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성분명 베록토코그알파)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중국에 보툴리눔 톡신 ‘휴톡스(국내명 리즈톡스)의 수출 계약을 맺는가 하면 중국 아이메이커로부터 최근 1554억 원의 자본을 유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중국 바이오기업 3S바이오와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휴젤도 지난해 10월 보툴리눔톡신 제제 ‘레티보’의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중국 시장에 나섰다. 진출 3년 내에 중국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인공관절 업체 코렌텍은 큐렉소와 함께 인공관절 수술로봇의 중국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내 판매 지위를 획득했고, 신라젠은 최근 중국 파트너사 리스팜과 공동으로 흑색종 1b/2상 환자 투약을 개시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주력이던 기술수출도 중국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019년 1월 녹십자가 중국 캔브릿지생명과학에 헌터증후군과 관련해 헌터라제를 라이센스 아웃했고, 같은해 10월에는 JW중외제약이 중국 심시어에 약 836억원의 통풍 관련 제재 ‘GI-101’를 이전했다.
지난해에는 퓨쳐켐이 중국 HTA CO. LTD.에 6500억 원 규모의 전립선암 진단 방사성의약품(FC303)을, JW홀딩스는 중국 산둥뤄신제약그룹에 440억 원 규모의 3체임버 종합영양수액제 위너프를, 이어 레고켐바이오는 중국 시스톤에 4000억 원 규모의 항체-약물 복합체(ADC) 항암제 후보물질을 기술 이전했다.
간간히 이어지던 중국에 대한 라이센스 아웃은 올 들어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웅제약은 상해하이니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펙수프라잔’을 약 3800억 원에 기술 이전했고, 이뮨온시아와 펩트론은 각각 3D메디슨과 치루제약에 CD47 항체 항암신약후보 물질 ‘IMC-002’와 표적항암 항체치료제 MUC1 타겟 암 치료용 항체 후보 약물-접합체(ADC) ‘PAb001-ADC’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LG화학은 4월 중국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에 자가면역질환 치료 물질 ‘LC510255’를, HK이노엔은 뤄신에 ‘케이캡’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주사를, 바이오팜솔루션즈는 경신제약에 468억원 규모의 소아연축ㆍ뇌전증 치료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이외에도 올릭스는 한소제약에 5368억 원 규모의 GalNAc-asiRNA 기반 기술 관련 신약후보물질 2종을 기술이전했고, 고바이오랩은 상해의약그룹 자회사 신이에 1200억 원 규모의 면역질환 치료 소재 KBL697와 KBL693를 기술이전했다. 셀리버리는 세포간 연속전송을 통한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 플랫폼의 중국 특허등록 결정통지를 중국지적재산관리국으로부터 수령했다. 회사 측은 중국 업체로부터의 기술이전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2위 규모로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내건 의약품·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6조 위안(약 3000조 원)에 달한다. 경제 성장세와 소득 수준의 증가로 의약품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2025년까지 연평균 20%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규제 당국의 인허가 불확실성에 따른 녹록치 않은 사업 환경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한미약품이 진입 장벽을 뚫고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자극이 됐다. 이 업체는 1996년 북경한미를 세우고 중국에 진출해 현재 R&D 인력 128명과 1000명이 넘는 영업 인력을 운영 중이다. 주력 제품은 유아용 정장제 ‘마미아이’와 유아용 진해거담제 ‘이탄징’, 변비약 ‘리똥’ 등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올 3분기 전체 매출은 13.5% 증가했는데 중국 현지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82.6% 성장하며 실적에 기여했다. 북경한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0배 상승하기도 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해외 진출에 목마른 제약ㆍ바이오 업체들이 세계 2위 시장인 중국 진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기존에는 바이오시밀러에 치중했던 중국 업체들도 신약 개발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출도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