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게는 하루 150~170콜… 대출 업무까지 떠맡아
시중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DT)을 이유로 영업점의 문을 닫자, 고객들은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근처 가까운 영업점이 없어지면서 멀리 있는 영업점 대신 콜센터를 찾은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영업점이 1시간 단축 운영을 하면서 고객 문의는 콜센터로 더욱 쏠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의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영업 점포는 2015년부터 매년 평균 100개 이상 줄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영업점포는 5093개였으나 2016년 4917개, 2017년 4726개, 2018년 4699개, 2019년 4661개, 2020년 4425개로 수가 점차 줄어들었다. 해마다 평균 111개의 영업점포가 사라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4380개)엔 45개의 영업점포가 문을 닫았다.
은행들이 점포 문을 닫는 이유는 유지 비용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부담은 임차료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5대 시중은행은 올해 1~6월 임차료로 지급한 비용은 1105억 원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309억3900만 원 △하나은행 263억4000만 원 △신한은행 241억200만 원 △우리은행 238억2900만 원 △NH농협은행 53억1100만 원 등이다. 점포 1개당 지급한 평균 임차료는 2523만 원이다. 상가 월세는 매해 오르는 추세라서 임차료 부담이 커지는 데다 모바일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은행들의 점포 폐쇄는 하나의 대세가 됐다.
은행 점포가 없어지면서 고객 상담 업무는 콜센터 직원에게 넘어갔다. 거리가 먼 점포를 찾아가는 것보다 집에서 전화 1통으로 은행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째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팀에서) 가장 전화를 많이 받는 사람이 90~100 콜 정도였다”며 “지금은 150~170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직원) 평균 40~50콜 정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영업점 운영 시간을 1시간 축소한 것도 콜센터로 일이 가중되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과 경기도, 인천의 은행 영업점은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에만 운영했다. 기존 운영 시간(오전 9시~오후 4시)에 비해 1시간 줄인 것이다. 이달 초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됐으나, 영업시간은 여전히 단축된 채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에 확실히 대응하기 위해 상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이유다.
콜센터 직원들은 코로나19에도 여전히 오전 9시에 첫 콜을 받고 오후 6시에 마지막 콜을 받는다. 지난해 서울 구로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152명이 나오며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의 첫 사례가 됐다. 이에 콜센터는 직원들을 분산했을 뿐, 영업점처럼 근무 시간 자체를 줄이진 않았다. 일부 콜센터에서는 영업점 직원의 피로를 고려해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음에도 단축된 영업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10년 넘게 콜센터에서 근무해온 B 씨는 “영업시간이 줄어 업무 처리를 못 하는 고객들이 저희에게 전화를 건다”며 “(은행에서) 저희 일을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콜센터 직원들의 업무 영역이 확장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대출 기한 연장, 대출 상환,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무조건 지점을 방문해야 했다. 현재는 일부 상품에 한해 비대면으로 대출 관련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 콜센터 직원의 업무 부담은 가중됐지만, 이들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다. B 씨는 “10년째 월급은 200만 원 언저리”라고 토로했다. 9월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조합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임금은 213만9692원이다. 업무 환경이 좋지 않아 근속 기간이 길지 않은 데다, 연차가 쌓여도 하청업체에서 떼어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