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탈탄소 관점에서 본 요소수 문제

입력 2021-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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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과학자는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Friend or Foe of Mankind?’)”

이것은 196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막스 페루츠(Max Perutz)가 본인보다 40여 년 먼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프리츠 하버(Fritz Haber)의 전기를 읽고 내린 평가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1910년 암모니아 합성법을 발견한 공로로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의 암모니아 합성법은 비료 생산에 활용되며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는 폭발물을 만드는 데 활용되며 수많은 유럽의 병사를 살상하는 데 사용되었다.

현재도 암모니아는 비료와 요소수를 만드는 데 쓰이는 요소의 핵심원료다. 매년 생산된 암모니아의 80%가 요소를 만드는 데 쓰이고, 생산된 요소의 90%가 비료로, 나머지 10% 중 일부가 요소수를 만드는 데 쓰인다. 결국, 요소수의 문제는 요소의 문제이며, 요소의 문제는 암모니아 생산의 문제다.

암모니아는 최근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아 수요가 더 늘고 있는데, 생산법은 여전히 100년이 넘은 ‘하버-보슈법’에 머무르고 있다. 하버-보슈법은 질소(N₂)와 수소(H₂)를 섭씨 400도의 열과 함께 200기압의 압력에서 결합시켜 암모니아(NH₃)를 생산한다. 고온·고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고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도 배출된다. 암모니아 생산에는 매년 전세계 에너지의 2%가 소비되고,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 중 3%가 이 과정에서 배출된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5%가 암모니아 합성에 쓰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암모니아의 원료가 되는 수소를 얻기 위해서다. 질소는 공기의 78%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확보에 어려움이 없다. 산업적 기준에서 암모니아 생산의 초점은 수소 확보에 있다. 즉, 요소-암모니아-수소가 하나의 문제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최근 경험한 요소수 사태를 수소경제와 탈탄소의 시각에서 이해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수소는 일반적으로 천연자원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여러 화학 공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수소 생산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방법이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₄)을 섭씨 700~1000도의 수증기와 함께 25기압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리하며 얻는 천연가스 개질(SMR: Steam Methane Reforming) 방법이다. 이 밖에도 수소를 얻는 방법으로는 석탄 가스화(Coal Gasification)와 수전해가 있다. 석탄이나 갈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해 수소를 추출하는 석탄 가스화 방식은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발생해 탄소중립과 무관하지만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수전해는 보통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것인데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지만 아직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석탄 부족이 요소 생산 감소로 이어진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째, 중국은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석탄발전에 의존한 가운데 수소, 암모니아, 요소 생산에 필요한 고온과 고압의 조건을 만들 대규모 ‘전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의 경우 전체 수소 생산의 70%를 석탄 가스화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즉 중국에 있어 석탄은 수소 생산의 원료이고, 수소가 원활히 생산되지 않아 암모니아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는 결국 요소 생산 차질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거꾸로 생각하면, ‘중국에 요소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에서 요소와 암모니아 생산이 안 된다’는 이야기이고, 이것은 ‘수소 생산이 안 된다’ 혹은 ‘생산은 되나 전략적으로 활용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경제성 문제로 2003년부터 암모니아의 자체 생산을 중단했다. 수소의 경우는 석유화학 및 제철 공정에서 얻어지는 부생 수소가 대부분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았다. 탈탄소의 핵심이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 생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늘릴 계획이라면, 암모니아와 요소 생산도 전략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까. 탈탄소, 수소경제와 연계한 보다 종합적인 산업안보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러한 점에서 에너지 집약적이고 탄소 배출이 큰 암모니아를 주요 7개국(G7) 모두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이탈리아와 일본을 제외한 G5가 세계 10대 암모니아 생산국 안에 모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설정한 ‘탄소중립 2060’을 위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할수록 앞으로 수소 수급의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수소 수요 증가와 더불어 환경을 고려한 수소 생산에 나설 경우 천연가스의 수요 상승, 가격 상승,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요소 그 자체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수소의 안정적 자체 생산 전략과 이와 연계한 암모니아 및 요소의 전략적 생산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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