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6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열어 새롭게 발견된 B.1.1.529 변이를 ‘오미크론’으로 명명하고 우려변이로 지정했다. 이로써 오미크론은 알파(영국),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 감마(브라질), 델타(인도)에 이어 5번째 우려변이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아프리카 보츠와나가 발원지로 지목되는 오미크론 변이는 남아공에서 처음 보고됐다. 세계 각국에서 연구와 경계 조치를 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5차 대유행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현재까지 오미크론에 대해 알려진 정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오미크론은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최초 확인 사례는 11월 11일 보츠와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츠와나 정부는 29일 공식 성명을 통해 “새 바이러스는 타국 외교관에게서 처음 검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미크론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에서 5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발생한 변이종이다. 그중 32개 변이는 인체에 침입할 때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몰려 있다고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16개였던 델타 변이의 2배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높은 전파력을 가진다. 일각에서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최고 5배가량 높은 전염성을 가진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돌파 감염이나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존 변이와 다른 독특한 증상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발견해 보건당국에 알린 의사 안젤리크 쿠체가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나눈 인터뷰에 따르면 오미크론에 감염된 환자들은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으며, 기존 코로나 확진자들과 달리 미각과 후각을 유지했다고 한다.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오미크론이 감염률은 높은 대신 치명률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쿠체 박사도 “내가 치료했던 환자들은 모두 경미한 증상을 보인 뒤 건강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분석이 완전히 진행되지 않았고, 기저 질환자나 노년층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보고된 바가 없으므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오미크론은 그리스 알파벳 15번째 글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본래 순서상 13번째 글자인 ‘뉴(ν)’로 지정돼야 하나 영어 단어 뉴(new)와 발음이 유사해 혼동을 줄 수 있다고 해 제외됐다.
14번째 글자인 ‘크시(ξ)’는 영어 표기가 ‘xi’인데, 이를 제외한 것을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Xi)과 영어 철자가 같아서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WHO는 “낙인을 피하려고 지명이나 사람 이름, 동물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명 규칙에 따라 흔한 성씨인 ‘xi’를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오미크론은 발원지로 지목된 보츠와나와 최초 발견된 남아공을 비롯해 홍콩·벨기에·체코·이스라엘·영국·이탈리아·네덜란드·독일·호주·덴마크·캐나다·이스라엘 등 14개 국가에서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보고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세계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아시아·북미·오세아니아 등 세계 전역에 퍼진 것이다.
특히 홍콩에서는 접촉 없이 호텔 복도를 사이에 둔 맞은편 격리자가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오미크론 전염력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오미크론을 두고 “골칫거리”라며 오미크론의 전염성과 면역회피성을 우려했다. 더불어 이미 미국 내에도 오미크론이 상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미크론 변이 출현은 백신 불평등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27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남아공 보건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서방국가 백신 비축이 오미크론을 불러왔다”며 “전 세계인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실패한 결과”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개 부국이 백신을 독점해 백신 공동구매·분배기구 코백스(COVEX)가 빈곤국에 제공할 백신 20억 개 중 3분의 2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발루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유전학연구소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서 면역 체계가 약한 환자의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자유롭게 변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추가확산과 변이를 막으려면 백신 불평등이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오미크론 변이가 돌파 감염을 일으키는 등 기존 백신 효과를 낮출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는 기존 백신이 중증 진행을 막아주는 효과만큼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델타 변이 역시 백신 효과를 일정 부분 낮췄고, 돌파 감염을 일으켰음에도 중증 환자로 발전하는 사례가 적었듯이, 오미크론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각 제약회사도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서고 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 사는 26일 로이터통신에 “필요하다면 새로운 변이에 맞춘 새 백신을 100일 이내에 출고할 수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모더나 역시 “새로운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용 백신으로 만드는 데 60~90일이 소요된다”며 “내년 초순쯤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28일부터 오미크론 발생 국가와 그 인접 국가인 남아공·보츠와나·짐바브웨·나미비아·레소토·에스와티니·모잠비크·말라위 등 8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했다.
같은 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간담회를 통해 오미크론과 위중증 환자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방역관리에 전 내각이 역량을 집중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잠깐이라도 방역 수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 감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감염지역 여행 자제,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에도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