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측에 편의를 봐준 대가로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로 곽상도 전 의원이 구속기로에 섰다. 곽 전 의원의 신병 확보 여부에 남은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 수사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오전 10시30분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검찰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받은 퇴직금 50억 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유지하도록 한 것에 대한 대가인 것으로 의심한다.
영장 범죄사실에는 세금 등을 제외한 25억 원이 기재됐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실제 수령한 금액이 25억 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 화천대유와 관련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장동 개발사업에도 관여된 바 없다고 누차 설명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장 청구도 하나은행 알선수재 혐의만 거론됐고, 범죄사실에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탁을 받고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곽 전 의원은 “제가 이같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에서 이 부분을 특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구속심사에서는 검찰이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돈의 성격을 퇴직금이 아닌 알선 대가임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주요 인물이 모두 구속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하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은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곽 전 의원에 대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팀은 부실 수사 비판에 또다시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사팀은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을 마주한 바 있다.
특히 수사팀은 대선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 씨 등을 기소하는 데 그쳐 늑장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전 의원을 27일 처음으로 불러 조사한 뒤 이틀 만에 영장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치권 압박에 밀린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곽 전 의원의 주거지, 하나은행 본점 등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충분할 근거를 갖췄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 수사는 동력을 얻는다. 검찰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권 전 대법관의 경우 지난해 9월 대법관 퇴임 후 11월부터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월 15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데 대해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의견을 낸 대가로 화천대유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 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