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만 연간 영업익 1600억 원 전망
중국 우시공장 가동하며 팹리스 '본격 공략'
10월 말 인수한 키파운드리와 시너지 기대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0% 이상 늘었다. 연간으로는 출범 4년 만에 순손익 1500억 원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파운드리 중심의 차세대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5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IC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5423억 원, 순손익 1282억 원을 거뒀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7%, 영업이익은 62% 넘게 증가했다.
특히 3분기 누적 순손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941억 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2019년 3분기 누적 순손익(535억 원)과 비교하면 140% 가까이 증가했다. 2년 만에 2배 훨씬 웃도는 순이익을 거뒀다.
2017년 출범한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첫해 77억 원의 순손실을 낸 뒤 1년 만에 606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듬해 766억 원, 지난해엔 1000억 원대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4분기도 기존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1600억 원대 연간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안정적인 성장세는 오래 지속된 양호한 업황에 지난해부터 시동을 건 사업 최적화 작업이 더해진 결과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8인치(200㎜) 웨이퍼 공장에서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칩(PMIC) 등을 주력으로 위탁 생산한다. 8인치 시장은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공급사 가격 상승 여력이 하반기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이 시기 SK하이닉스 시스템IC뿐 아니라 DB하이텍, 대만 UMC 등 국내외 8인치 파운드리 업체 실적은 모두 고공 행진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중국 우시 공장에 옮겨 설치한 장비 가동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현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도 갖춰졌다. 인건비도 일부 절감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장비를 이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올해 파운드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팹 이전 완료 시기를 대폭 앞당긴 바 있다.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 사업은 순익 자체로 놓고 보면 비중이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정호 부회장이 올해 5월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라며 사업 강화 의지를 표명한 이유다.
SK하이닉스 내 파운드리 사업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10월 말 8인치 파운드리사 키파운드리를 인수했다. 키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10월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해 매각한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팹 4)이다.
키파운드리와 시스템IC의 월별 생산능력은 8만~9만 장 규모로 비슷하므로 키파운드리 인수가 완료되면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2배로 늘어난다.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 기술 개발 협력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파운드리 산업 전망에 대해 “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과 관련한 반도체 수요 증가로 파운드리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4분기에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