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금융 허인 행장 승진 이어 이동철 사장도 부회장 승진 가능성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지주사 내 서열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부회장직을 차기 회장 검증대로 두면서 회장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오는 9일 이사회를 연다. 이번 이사회는 내년도 경영계획을 공유하고 승인받는 자리다. 구체적인 안건은 △내년도 경영계획 및 예산 △자회사 지원방안 △국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의 △미래전략 등이다. 자경위 일정은 매년 12월 중순 경에 열리는 만큼 이날 따로 논의하지는 않는다.
주목할 점은 부회장직 신설에 대한 얘기가 오가느냐다. 신한금융 부회장직은 10여 년 전 신한사태 이후 없앴다. 당시 부회장직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퇴임 임원이 아닌 고문 자리였다. 신한사태 후 이 자리는 없어졌다. 한동우 전 회장과 파벌색이 옅은 조용병 회장으로 이어지면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조 회장을 이을 후계자다. 금융권 안팎으로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점치는 가운데 부회장직을 공식적으로 만든 후 후계 후보군인 진 행장이 부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됐다.
신한금융의 부회장직 신설론이 다시 탄력을 받는 이유는 선두 탈환을 놓고 경쟁 중인 KB금융이 최근 부회장직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최근 허인 국민은행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역시 지주 부회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포함돼있던 허 행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같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 사장 역시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영 승계 가능성이 가장 큰 부회장직에 기존 양종희 부회장과 허 행장, 이 사장이 가세하며 ‘3인 부회장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경우 과거 부회장직은 회장과 조력관계보다 견제구도에 가까웠다. 부회장직 폐지는 지난 2010년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때 이뤄졌다. 당시 어 전 회장이 지주사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부회장직을 없앴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최근 상황은 다르다. 작년에 부회장직을 부활하고 당시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을 임명하면서 부회장직은 사실상 차기 회장을 준비하는 승계 자리로 탈바꿈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양종희-허인-이동철 체제로, 신한금융은 부회장직을 신설해 진옥동 행장이 맡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회장-은행장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다. KB금융은 1955년생 윤종규 회장에서 1961년생 동갑인 양종희-허인-이동철로 연령대를 낮췄다. 은행장도 허인 행장(1961년생)에서 이재근 행장 내정자(1966년생)로 젊어졌다. 특히 이재근 내정자는 통합 이후 첫 주택은행 출신 행장이다. 만 55세라는 나이에 은행장에 이름을 올리며 리더를 선택하는 축이 연공서열 대신 실력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다.
신한금융 역시 세대교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조용병 회장(1957년생)에 이어 회장 후보인 진옥동 행장(1961년생)이 시장의 예상대로 회장을 맡으면 KB금융과 보폭을 맞출 수 있다. 진 행장이 지주로 자리를 옮긴 후 차기 은행장은 이재근 행정 내정자와 유사한 1966~1967년생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리더의 나이가 젊어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회장과 은행장의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했을 때 나이가 많은 경우는 지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