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의 해외사례를 통해 가설의 세부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그렇다. 이웃나라 일본의 국영석유회사 JNOC의 뼈아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출처: 산업기술리서치센터). JNOC은 1967년부터 2004년까지 약 340여개의 사업에 출자 및 융자를 지원했는데, 석유사업 실패로 200여개의 사업이 해산된 바 있다.
당시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회사(One Project, One Company)’ 형식으로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하여 출자자를 모집했는데, 경험과 역량이 육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소규모 회사들이 난립했고, 사업운영 비효율,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 등 관리 감독을 위한 책임경영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산관리와 금융지원을 ‘일괄 수행’하게 되면서 정책 금융 지원의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고, 이에 따라 개발 사업이 부실화되면 자산가치 하락 뿐 아니라 금융도 ‘동반 부실’되며 부실규모가 커지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이에 2005년 JNOC를 해체하며 금융과 기술지원 및 비축을 담당하는 JOGMEC(Japan Oil, Gas and Metals National Corporation)과 탐사, 개발, 사업 운영을 담당하는 정부 소유/일부 민영화 기업 INPEX로 나누었다.
이를 통해 독립적인 관리체제 뿐 아니라 대주주인 일본 정부가 전체 방향성을 제시하고 민간투자자들이 이를 보완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정책적 필요성과 수익성 추구’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INPEX의 민영화 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적대적 M&A등의 방어를 위해 1주의 황금주를 도입했다.
또 다른 사례로 1953년에 설립되었고 이탈리아의 국내 총에너지 사용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Fortune 500 중 25위(2015)인 국영 에너지 기업 ENI를 들 수 있다. ENI는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정부 지배의 ‘본사 기능만’ 수행하면서, 자회사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운영하되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배하면서 2000년대 이후 재무구조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있다.
일본과 이탈리아 사례를 종합해 볼 때, 한국석유공사도 국가 에너지 자원 관리라는 공적 목적 달성과 부실경영 탈피라는 경영 효율성을 위해 ‘모회사가 투자 및 관리기능’을 수행하고, ‘자회사가 개발 탐사 사업’을 담당하도록 분리(물적분할 형태)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고 성장성과 효율도 갖추어야 하므로, INPEX에 일본석유공사의 우량자산을 집중 배치하면서 일본 최대 ‘석유가스 개발’ 기업으로 성장했다(출처: KDB 미래전략연구소). 한국석유공사도 모회사 자회사 분리 시 INPEX 사례를 참고하여 우량자산과 신규 에너지 전환 사업을 자회사에 배치하여 집중 육성하고, 비우량자산은 투자 및 금융 리스크 관리 기능이 있는 모회사에 두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많은 해외 국영에너지 기업처럼 적절한 시기에 ‘상장’해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공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가장 유효한 사례로 1972년에 설립되어 최근 세계 35개국에서 활동하고 대륙붕 개발을 통해 이익창출이 크게 늘어나며 영리추구 목적이 강화된 노르웨이의 에퀴노르(Equinor)가 있다.
Equinor는 정부가 6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2001년 오슬로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민영화를 통해 ‘독립적 영리기관’으로 재탄생했다. 정부는 압도적인 지분으로 정책 목표 달성을 수행하는 동시에, 상장으로 인한 수익경영으로 세금과 배당금을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참고로 상장 전에 사업의 효율적인 분할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데, 중국의 경우 ‘육상’ 유전 개발은 CNPC, ‘해상’ 석유 가스는 CNOOC, ‘정제 및 화학’은 Sinopec으로 분리하여, 자본조달과 기업 투명성 확보, 독점 타파를 위해 이들을 각각 자본시장에 상장했다. 향후 한국석유공사 상장 시에도 사업 분할 관련해 유효하게 고려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사례로 인도의 ONGC(Oil and Natural Gas Corporation)가 있다. ONGC는 2004년 주식매각을 했는데 10%대의 주식만을 공개하면서 정부 지분 88%로 이사진 선임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두었으므로, 시장 효율성 추구와 외부 통제의 한계를 남겼다(에너지경제연구원).
이와는 정반대의 케이스로, 이탈리아의 ENI 경우에는 2001년까지 69.6%의 지분을 매각하며 민간기업처럼 운영하지만, 이사회 9명 중 6명을 재정경제부에서 추천하고 국가 차원의 관리감독을 실시하면서 정부 지배력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노르웨이 Equinor는 대부분 정부 지분지만, 슈로더와 블랙록 등 주요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주주로 보유하고 노르웨이와 미국 모두에 상장함으로써 시장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양대 시장의 면밀한 외부 통제를 받는 방식으로 절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노르웨이, 일본, 이탈리아 등의 사례처럼,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양대 상장사를 합병하여 국가 차원의 ‘에너지 관리 일원화’의 효율을 달성할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