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성형이 조롱감인가...손·진 혜원의 시대착오적 얼평

입력 2021-12-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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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건희. 뉴시스·SNS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혜원 안산지청 부부장검사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얼평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손 전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씨의 과거와 현재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얼굴이 변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엄청 커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진 검사는 “입술산 모습이 뚜렷하고 아랫입술이 뒤집어져 있고, 아래턱이 앞으로 살짝 나와 있어서 여성적 매력과 자존감을 살려주는 성형수술로 외모를 가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관상 관점에서”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두 혜원의 글에 네티즌들은 “쌍혜원, 거울을 보라” “성형이 범죄냐, 이걸 갖고 평가하는 건 오버다” “성형이 일반화한 시국에 별 걸 다 시비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논객 조은산은 “쌍꺼풀 수술이야 이제 수술도 아닌 시술 정도로 취급받는 21세기의 현실...저들은 다시 태어나도 불가능할 타인의 외모를 두고 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지...급히 검색질을 해 문제적 두 인물의 용모를 접했다. 견적도 안 나오는 고생대 생물들이 거기 있었다”고 일갈했습니다.

◇성형공화국 대한민국

필러나 보톡스 같은 간단한 시술에서부터 목숨을 건 양악, 지방흡입술까지 2021년 대한민국에서 성형은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한국의 이런 성형 문화를 집중 조명할 정도였습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2015년 르포기사를 통해 ‘얼굴에 대하여-왜 한국은 세계의 성형 수도인가’라는 주제로 한국의 성형 문화를 다뤘습니다. 기자는 성형외과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몇 주간 보내며 지하철과 거리 곳곳에 도배된 화려한 성형외과 광고에 눈을 휘둥그레했다고 합니다. 기자는 한국에는 남자든 여자든 만화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는 성형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자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미인대회 참가자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졸업 선물, 취업과 결혼 성공을 희망하는 일반인 사이에도 성형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작은 얼굴과 큰 눈, 오똑한 코, 하얀 피부, 큰 가슴 등 서구 미인같이 아름다워질 수만 있다면, 또 취업과 결혼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코나 쌍거풀 수술은 기본이고, 뼈를 깎는 아픔도 감수할 수 있다는 데 놀란 것이지요.

영국 BBC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총 시술 건수 상위 5개국은 미국,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이탈리아였습니다. 한국은 1인당 성형수술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서울 여성의 약 20~30%가 성형수술을 했고, 영국 BBC가 내놓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성형수술 비율은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들의 성형수술 비율도 15%나 됩니다. 심지어 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성형 산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그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온다고 합니다.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인가, 동양적 외모 콤플렉스인가

한국의 성형 문화,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일까요? 아니면 동양적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일까요?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본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본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하다”며 한국 내 외모지상주의를 지적합니다.

이는 실험에서도 나타납니다. 서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에서 강의할 때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동일인의 사진과 설명을 보여주고, 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어떤 형식이 더 유리한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국인들은 사진을 선택했고, 미국인들은 설명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성형 수술은 한국전쟁에서 장애를 입은 전쟁 피해자들에게 무료 재건 수술을 해주겠다는 미군의 제안에 의해 시작됐다고 합니다. 미국 해병대 수석 성형외과 의사였던 데이비드 랄프 밀러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미국에서 ‘언청이’로 알려진 구순구개열 수술의 1인자였던 밀러드는 동양인 눈을 서양인처럼 바꾸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의 요청에 부응해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1955년 논문에서 “눈꺼풀 주름(쌍꺼풀)이 없는 동양인의 눈은 금욕적이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동양인의 태도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 시술은 성공했고, 특히 한국의 매춘부들 사이에서 빠르게 유행했다. 이곳은 정말 성형외과 의사의 천국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한국은 진짜 성형 천국이 된 것이지요. 현재도 1인당 성형수술 비율은 세계 1위이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화 '관상' 포스터)

◇운명 걸린 ‘관상’

정치인 사이에서도 외모, 관상은 중요한가 봅니다. 이유는 다 다르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쌍꺼풀 수술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때 못생긴 얼굴 콤플렉스로 쌍꺼풀 수술을 고려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얼마 전 쌍꺼풀 수술을 했습니다.

뉴요커 기자는 전 대통령 고 전두환 씨 어머니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만난 승려가 전 씨 어머니에게 “위대한 사람의 어머니가 될 상을 하고 있는데, 2개 뻐드렁니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통나무로 앞니 2개를 뽑아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안타깝게도 훗날 전 씨는 잔인하고 억압적인 독재자로 한국사에 오명을 남겼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를 계기로 관상을 보는 게 유행이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외환위기로 구직 경쟁이 치열했던 1997~1998년 이후 더 두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취업과 결혼을 앞둔 사람, 심지어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도 자신의 앞날을 관상가에게 묻는 것이지요. 관상가의 조언에 따라 성형 수술도 감행합니다. 오죽하면 ‘관상’을 주제로 한 영화까지 나왔을까요.

◇‘미투’도 못 말린 외모지상주의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외모는 경쟁력이 됐습니다.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도 ‘미투(MeToo)’ 운동이 일었지만, 외모에 대한 집착만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수백 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메이크업 노하우를 알려주고, 버스와 지하철, TV에서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외모를 제일로 치는 문화, 여성의 성 상품화, 성폭력과 몰카 동영상 등에 대한 사회의 가혹한 기준에 대항하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크고, 국회에서 여성 의석은 6분의 1, 기업 경영인은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런 정치적 경제적 격차가 여성의 분노를 부추깁니다. 윤김지영 창원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여성은 정치 경제적 리더십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다른 나라보다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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