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더 강한 EU를 향한 독일의 새 리더십, 숄츠 총리의 행보

입력 2021-1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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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9월 26일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사민당(SPD)은 근소한 격차로 기민/기사 연합(CDU/CSU)을 따돌리고 제1당이 되었다. 후보자에 대한 1차 투표와 2차 정당투표를 합산하여 총 206석(전체 735석)을 확보한 사민당은 투표 직후 녹색당, 자민당과 더불어 연정협상에 돌입하였다. 사민-녹색-자민은 독일 국내뿐 아니라 대유럽연합(EU) 정책에 있어서도 뚜렷한 정책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던 탓에, 최종적으로 연정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지만 지난 11월 24일 3당은 연정 출범 합의를 공표하였다. 3당은 178쪽 분량의 ‘더 많은 발전에 도전: 자유, 정의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동맹’이라는 제목의 연정합의문을 발표하며, 새로운 독일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12월 8일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신임 총리는 베를린 연방회의에서 취임 선서를 하였다. 독일의 새 리더십, 숄츠 총리의 첫 대외 행보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첫 국외 순방, EU 지도자들과의 회담으로 이어졌다. 현재 독일과 유럽이 처한 가장 급박한 이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문제에 의한 안보위협이다. 독일 신정부는 연정합의문을 통해 독일-러시아 간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러시아가 약속한 국제법, 인권, 유럽 평화질서 원칙이 이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 진영은 러시아가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공유하였고, 지난 7일 관련 문제에 관해 미·러 정상이 2시간 동안 화상회담을 진행하였으나 첨예한 시각차만 확인한 바 있다. 숄츠 총리는 이같이 취임과 동시에 실질적인 군사안보 위협을 최우선순위로 다루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12월 10일 숄츠 총리의 첫 국외 순방 행보는 ‘더 강하고 주권적인 유럽연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의 소다자 안보동맹) 출범 이후 유럽과 독일은 EU 차원에서의 안보협력을 진일보해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 강하게 힘을 싣고 있다. 오커스 출범 당시, 미국-호주 핵잠수함 계약으로 프랑스-호주의 기존 계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것과 관련하여 프랑스는 물론 독일에서도 부정적 논평이 이어졌던 바 있다. EU는 그동안 외교안보 영역에서의 협력 진전을 더딘 속도로 진행해 왔으며, ‘전략적 자율성’을 추진하는 것보다 미국에 의존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방식이 유지되기를 바라 왔다. 하지만 유럽과 독일은 미국의 신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에 의해 나타난 지정학적 현실의 변화로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약해지고, 이는 나토의 쇠퇴로 귀결되어 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EU는 여전히 나토의 명령구조 및 기능 체제에서 상호운용성과 보완성이 보장되는 안보체제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신정부는 나토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 개념을 개발하는 과정에 유럽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순방에서 숄츠 총리는 당면한 우크라이나 문제의 대책으로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 간 4자 회담을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하였다. 숄츠 총리는 이를 노르망디 체제(Normandy format)라 명명하며, 4자 간 회담을 통해 불필요한 긴장 조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독일 신정부는 사민-녹색-자민 연정합의문을 통해 유럽연방국가를 지향하며 독일이 해당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공표하였다. 신정부는 EU가 기본권 헌장에 기초하여 보조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유럽연방국가 체제의 분권적 조직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숄츠 총리는 유럽이 에너지 공급, 건강, 원자재 수입 및 디지털 기술과 같은 중요한 전략적 영역에서 덜 의존적이고, 역외 제재로부터 유럽 기업을 보호하는 등 유럽의 전략적 주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독일 신정부는 경제, 안보, 외교 정책 이슈에서 유럽을 강하고 주권적인 체제로 발전시켜 ‘차세대 EU(Next Generation EU)’로의 이행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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