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사귄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내적 남친이었던 ‘내 아이돌’의 열애 소식. “청천벽력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알게 한 ‘오빠의 핑크빛’ 소식에 마음이 미어지죠.
축하해줘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섭섭한 기분이 가득한 이유는 왜일까요. 나와 같은 팬들과 서로를 위로하며 차마 내키지 않는(?) 축하 인사를 건네 봅니다.
그런데 열애 소식은 그저 가벼운 맛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결혼 발표만으로도 충격인데… 이미 임신을 했고, 심지어 몇 달 뒤 2세가 세상에 나올 거란 ‘쓰리 콤보’ 충격을 안겨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도 ‘탈퇴’ 압박을 받고 있는 속도위반 유부돌입니다.
1세대, 2세대, 3세대로 분류되는 아이돌 계보. 그중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후배격인 3.5세대 아이돌들의 ‘존경하는 선배’로 불리는 3세대 아이돌 중 속도위반 아이돌이 나왔는데요. 첫 타자는 그룹 엑소의 멤버 첸입니다.
첸은 지난해 1월 13일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결혼 소식을 알렸는데요. SM은 “앞으로도 첸은 아티스트로서 변함없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라며 “첸에게 많은 축복과 축하 부탁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첸 또한 공식 팬클럽 커뮤니티 ‘리슨’에 자필 편지를 올려 “결혼을 준비하던 도중 축복이 찾아왔다”며 혼전임신 소식도 알렸죠.
현직 남성 아이돌 중 유부돌이 생긴다는 소식에 네티즌들도 사뭇 놀랐는데요. 팬들의 반응은 심각했습니다. 첸의 엑소 탈퇴 요구를 외치며 성명서 배포와 트럭 시위까지 강행했죠. 팬들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걸까요?
엑소는 개인이 아닌 멤버들과 함께하는 그룹인데, 첸의 결혼과 혼전임신 발표로 그룹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요. 그룹명 앞에 ‘유부돌’, ‘아빠돌’이라는 명칭이 붙는 것 또한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고 봤습니다. 거기다 그 모든 중대사를 그저 ‘통보’하는 수준의 자필 편지 내용 또한 반발을 일으켰죠. 심지어 첸의 자필편지는 커뮤니티 ‘리슨’이 생긴 뒤 그가 처음으로 작성한 글이었다는 점도 분노케 했죠.
이 사실을 알리고 3개월 뒤 첸은 첫 딸을 품에 안았습니다. 임신 사실을 한참 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만삭이 될 때, 즉 더는 숨길 수 없을 때 겨우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받았죠. 특히 임신 기간 내에 엑소 콘서트까지 진행돼 비싼 금액을 내고 콘서트장에 모인 팬들을 기만했다는 글도 쏟아졌습니다.
그룹 아이콘의 바비 또한 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는데요. 바비는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했다. 그리고 또 9월에 아버지가 된다”며 결혼소식과 혼전 임신 소식을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제 소식에 당혹스러운 팬분께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더 빨리 알려드렸어야 마땅했는데 이 때문에 걱정부터 앞서다 보니 늦어진 점 죄송하다”고 적었는데요. 정말 그 말 그대로 팬들은 당혹을 넘어 배신에 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이콘은 당시 전 멤버 ‘B.I (비아이)’의 논란으로 활동을 반쯤 중단했다가 엠넷 ‘킹덤: 레전더리 워’에 출연, 재도약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이 무렵 이미 아빠가 된 상태였고, 모든 사실을 함구했다가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팬들과 대중에게 알렸던거죠. 첸 때와 마찬가지로 바비의 행동이 그룹의 이미지나 추후 활동에 영향을 주게 됐다며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5일 그룹 2PM의 멤버 황찬성도 결혼과 혼전임신을 팬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래도 현재 2PM 그룹 활동이 없는 데다 2세대 아이돌로 오랜 시간 활동했고, 나이도 30대에 접어든 만큼 비난보단 축하 인사가 많은데요. 하지만 ‘속도위반’ 결혼 발표를 비난하는 반응도 존재합니다.
팬들이 단순히 열애와 결혼, 임신 소식을 알렸다는 ‘사실’ 때문에 분노하는 건 아니었는데요. 그룹의 멤버로서의 ‘책임감’과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 거죠. 이들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그룹 활동이 중단됐음은 물론, 이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고 활동해 그저 팬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상실감까지 안겼는데요. 아직도 이들의 활동에 팬들은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과거 1세대 아이돌인 H.O.T. 문희준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죠. 결혼 직전 데뷔 20주년 콘서트, 총 20번의 콘서트를 진행한 뒤 2주일도 안 돼 결혼발표를 했는데요. 결혼을 앞두고 ‘결혼 자금’을 모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죠. 콘서트에서 “저 이제 결혼해도 되나요?”라고 팬들에게 물었던 사실까지 알려지며, 팬들이 20회 콘서트 비용으로 축의금을 낸 거나 마찬가지라는 조롱 섞인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또 당시에는 혼전임신을 부인했지만,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죠.
이와는 반대로 그룹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은 열애 발표부터 결혼까지 팬들의 축하를 받았는데요. 2019년 12월 한 매체의 보도로 열애 사실이 알려졌고, 소속사와 최강창민은 이를 인정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6월 자필편지로 10월 결혼 소식을 전했는데요. 최강창민은 그간 어떠한 사건·사고도 없이 그룹 활동에 집중했고, 팬들과의 소통에도 꾸밈이 없었던 데다 만남과 결혼 사실까지 팬들에게 먼저 전하며 그야말로 ‘배려’ 그 자체를 보여줬죠. 팬들은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팬으로 함께 하겠다는 다짐의 말도 함께했습니다.
팬들이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푼다지만, 그 사랑을 받는 스타의 태도도 팬들이 얼마나 함께하느냐를 결정하죠. 팬이 없다면 스타도 없습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