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4개월 만에 중대형 배터리 R&D 수장 맡아
사실상 승진 가까워…기술 초격차 위한 선택
국내 배터리 3사, 적극적으로 외부인재 수혈 나서
삼성SDI가 올해 8월 외부에서 영입한 장래혁 부사장(사진)을 앞세워 중대형 전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전력을 쏟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최근 진행된 삼성SDI 인사 및 조직개편 과정에서 장 부사장의 직책이 중대형 전지 개발을 총괄하는 중대형개발실장으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 부사장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출신으로, 삼성SDI가 올해 8월 초 영입한 외부 인재다. 부사장급 고위 임원에 외부 인재가 유입된 사례는 회사가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어서 영입 사실이 알려진 당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영입 당시 장 부사장은 중대형 원형 배터리 시스템 선행 전담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았다. 이후 4개월 만에 해당 TF 조직은 물론, 수 개의 중대형 배터리 개발팀을 휘하에 둔 상시 조직을 이끌게 됐다. 전반적인 중대형 배터리 기술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는 셈이다.
직함에는 변화가 없지만, 사실상 승진과 다름없는 직책 변경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회사 관계자는 “장 부사장은 배터리 모듈과 팩 쪽에 많은 기반 지식을 가졌다"라며 ”셀, 팩 등을 아울러 중대형 배터리 개발 전반을 이끄는 중책을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사장을 중대형 전지 기술개발 수장으로 내세운 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장 부사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25년 가까이 저전력 시스템 설계 분야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연구자로 활동해왔다. 2012년엔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석학회원, 국제컴퓨터학회(ACM) 분과 의장으로 선정됐고, 2015년엔 ACM에서도 석학회원으로 임명됐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에서 에너지 효율화와 관련한 연구실도 이끌었다. 차세대 저전력 배터리는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배터리 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분야다.
이달 취임한 최윤호 삼성SDI 신임 사장은 13일 임직원들과의 취임소통 간담회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 난도가 계속 높아지는 배터리와 소재 산업에서는 질적인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안전성을 확보한 혁신 공법으로 기술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SDI는 올해 2분기 중대형 배터리 사업의 중심인 자동차용 전지사업에서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연간으로도 흑자전환이 점쳐진다. 북미 전기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대를 공언한 만큼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어야 할 시점이다.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한 외부 인재 수혈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삼성전자 출신 신용인 상무를 구매와 물류 등 공급망 관리를 총괄하는 SCM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SK온도 오재창 전 현대자동차 전략투자팀장을 인수·합병(M&A)담당 부사장으로, 최경환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차세대 배터리 개발 센터장으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