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신차 5분의 1 전기차·하이브리드로 채워야
“전기차로의 전환 진행 중이어서 충격 크지 않을 수도”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23년형 차종부터 연비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2026년까지 1갤런당 평균 55마일(약 88.51km)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1리터당 약 23.4km 수준이다.
현재 자동차 연비는 평균 갤런당 38마일, 리터당 16km 수준이다. EPA는 새 연비 기준을 적용하면 2050년까지 미국 운전자들의 연료비가 2100억~4200억 달러(약250조~500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연비 기준 강화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운전자 1명당 1000달러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인류, 지구에 해를 끼치고 있는 공해를 줄이고, 각 가정도 돈을 절약할 수 있도록 강력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대한 진전’이라고 강조하면서 “전기차 시대, 탄소 배출 제로 시대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나온 기후변화 대책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공개했던 초안보다 기준을 더 강화해서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2012년 연비 기준을 2025년까지 갤런당 51마일로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이를 2026년까지 갤런당 44마일로 약화시켰다.
환경단체들은 환호했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방정부의 세제 및 보조금 지원 등이 없으면 높아진 연비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며 우려했다. 바뀐 기준을 충족하려면 2026년 미국 신차 판매의 5분의 1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업계 로비단체인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성명에서 “EPA가 내놓은 배기가스 배출 규정이 기존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센티브를 포함해 제조, 공급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대해 리건 청장은 “이번 정책 시행 후 예상효과를 기관에서 분석한 결과 더 많은 보조금이 없어도 산업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WSJ는 “대다수 자동차업체가 전기차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어서 이번 연비 기준 강화가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드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