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없앤 CJㆍ승진연한 축소한 롯데…'직급 파괴' 나선 기업들

입력 2021-12-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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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CJ)
“사장도, 상무도 없다. 경영리더만 있을 뿐.”

CJ가 직급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꾼다. CJ는 내년부터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다고 23일 밝혔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 임원 직급을 2~3단계까지 축소한 사례들은 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가 처음이다.

단일 직급인 ‘경영리더(임원)’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게 된다.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최고경영자(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발탁 및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CJ는 국내 최초로 2000년 ‘님’ 호칭을 도입해 수평적 소통문화를 안착시킨 데 이어, 입사 후 10년 만에 임원이 될 수 있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를 2012년 도입하는 등 인사제도 혁신을 거듭해왔다.

이번 조치로 CJ는 내년부터 임원의 대외호칭으로 대표이사, 부문장, 실장, 담당 등 직책을 사용할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님’ 문화를 유지한다.

CJ제일제당은 기존 7단계이던 직원 직급도 전문성, 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 및 역할 중심의 ‘어소시에이트(Associate)-스페셜리스트(Specialist)-프로페셔널(Professional)’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을 철폐했다.

CJ는 지난달 이재현 회장이 C.P.W.S(문화, 플랫폼, 웰니스, 지속가능성) 등 4대 미래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라며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J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은 수직서열화된 경직된 조직문화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임직원들이 직급에 상관 없이 직무 위주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에 유연성을 부여하려는 조치다.

삼성은 이달초 임원 인사에서 기존의 전무 직급을 없애고 부사장과 통합하며 임원 직급을 단순화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생명, 화재 등 다른 삼성 계열사 전체에 적용했다. 앞서 2017년부터는 기존의 7단계인 직급을 ‘CL1~CL4’ 4단계로 축소하고 내부 호칭을 ‘님’과 ‘프로’로 변경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는 2017년부터 사무직 직급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사원-선임-책임으로 변경했다.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통합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였던 직급을 팀장과 매니저로 줄였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직장 동료간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지 20년을 맞았다.

▲신동빈 회장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그룹도 내년부터 부장과(S1)과 차장(S2) 직급을 통합한다. 롯데는 사원, 대리, 책임, 수석 S1, 수석 S2 등 5개 직급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수석급 통합으로 직급체계가 4단계로 축소됐다. 임원직급도 상무보 A·B를 상무보로 통합하고 승진연한도 대폭 줄였다.

대기업들이 직급체계를 개편하는 이유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인재들이 직급에 관계없이 직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서 직급체계를 개편한 기업 상당수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통한 인재의 역량 발굴’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00년대부터 수평적인 조직문화 도입에 나선 기업은 많지만 실제로 조직 내부에 뿌리내린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기업에 MZ세대 비중이 높아지고 코로나19 등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직급체계가 앞으로 이같은 변화의 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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