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직급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꾼다. CJ는 내년부터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다고 23일 밝혔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 임원 직급을 2~3단계까지 축소한 사례들은 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가 처음이다.
단일 직급인 ‘경영리더(임원)’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 성과를 내고 맡은 업무범위가 넓은 임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게 된다. 체류 연한에 관계없이 부문장이나 최고경영자(CEO)로 조기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역량 있는 인재의 조기발탁 및 경영자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CJ는 국내 최초로 2000년 ‘님’ 호칭을 도입해 수평적 소통문화를 안착시킨 데 이어, 입사 후 10년 만에 임원이 될 수 있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를 2012년 도입하는 등 인사제도 혁신을 거듭해왔다.
이번 조치로 CJ는 내년부터 임원의 대외호칭으로 대표이사, 부문장, 실장, 담당 등 직책을 사용할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는 ‘님’ 문화를 유지한다.
CJ제일제당은 기존 7단계이던 직원 직급도 전문성, 리더십 등 구성원의 역량 및 역할 중심의 ‘어소시에이트(Associate)-스페셜리스트(Specialist)-프로페셔널(Professional)’ 3단계로 축소하고 승진에 필요한 최소 근무연한을 철폐했다.
CJ는 지난달 이재현 회장이 C.P.W.S(문화, 플랫폼, 웰니스, 지속가능성) 등 4대 미래 성장엔진 중심 혁신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최고인재와 혁신적 조직문화”라며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특히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J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은 수직서열화된 경직된 조직문화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임직원들이 직급에 상관 없이 직무 위주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에 유연성을 부여하려는 조치다.
삼성은 이달초 임원 인사에서 기존의 전무 직급을 없애고 부사장과 통합하며 임원 직급을 단순화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생명, 화재 등 다른 삼성 계열사 전체에 적용했다. 앞서 2017년부터는 기존의 7단계인 직급을 ‘CL1~CL4’ 4단계로 축소하고 내부 호칭을 ‘님’과 ‘프로’로 변경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는 2017년부터 사무직 직급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사원-선임-책임으로 변경했다. 대리·과장은 선임으로, 차장·부장은 책임으로 통합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였던 직급을 팀장과 매니저로 줄였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직장 동료간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지 20년을 맞았다.
대기업들이 직급체계를 개편하는 이유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인재들이 직급에 관계없이 직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서 직급체계를 개편한 기업 상당수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통한 인재의 역량 발굴’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00년대부터 수평적인 조직문화 도입에 나선 기업은 많지만 실제로 조직 내부에 뿌리내린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기업에 MZ세대 비중이 높아지고 코로나19 등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직급체계가 앞으로 이같은 변화의 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