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분위기 급변...디디추싱 뉴욕증권거래소 상폐
싱가포르 그랩 나스닥 상장 성공에 기대 커져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중국 제외 아시아 기업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봅 매쿠이 나스닥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붐이 조만간 찾아올 것”이라면서 “1년 전만 해도 해당 지역에서 IPO에 나설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수십 개 업체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 주식시장 상장의 주류를 이뤄왔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데뷔 규모는 다른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들의 지난 10년치를 더한 것보다 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현 정부도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 미·중 긴장이 지속됐지만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를 강화하고 중국 당국도 자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이달 초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상장 5개월 만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 중국 보험그룹 FWD도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접는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이탈 움직임이 커지자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거래소 등 미 증권거래소들이 인도와 동남아 기업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인도가 가장 큰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도 IPO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싱가포르 그랩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을 통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점도 이들 지역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NYSE 국제자본시장 책임자인 앨릭스 이브라힘은 “미국 거래소들이 이전보다 동남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잡한 규정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인도 기업 가운데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곳은 재생가능에너지 업체 애저파워가 유일했다. 이브라힘은 “규제라는 한계가 있지만, 기업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