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특별사면(특사) 명단에 박근혜 전 대통령,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포함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정 범죄의 종류를 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자의 형벌을 사면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사는 특정인의 형 집행을 면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권이다. 특정인을 골라서 사면하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형식적으로는 법무부 소속 사면심사위원회가 특사 대상을 선정해 건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순서대로 사면대상자 선정·검토→사면심사위 심사·의결→법무부장관 보고→대통령 재가→국무회의 심의·의결→대통령 공포·실시 등의 절차를 따른다.
그러나 사실상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사면 역시 지난 20~21일 법무부 사면심사위까지만 해도 전 대통령은 사면 심사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여당과 사전 협의 없이 특사 명단이 발표되자 여당 내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당내 회의 후 “문재인 대통령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이다.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특사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는 “상대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이 전 대통령 관련 여론보다 높았다는 점이 감안된 것 같다”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감정(걱정)이 덜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사가 정치적 이해관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특사 남용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특정 정치인, 경제인 등을 사면하는 등 대통령 자의적으로 권한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역시 이 지적을 고려해 공약으로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특사를 포함,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5번의 특사를 단행했다. 첫 사면은 2018년 신년 특사로, 당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용산참사 관련자 등 총 6444명을 특사 조치했다. 이후 2019년 3·1절 특사 및 2020년 신년 특사를 통해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을 사면했다. 올해 초 신년 특사 당시에는 정치범, 선거사범을 제외한 3024명의 사면하기도 했다.
이번 특사가 사실상 마지막 특사로 여겨지므로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총 5번의 특사를 하는 셈이 된다. 이는 김영삼 정부 이후 평균 7~9회 특사에 비해 적은 수로, 결과적으로 공약을 어느정도 지킨 모습이다.
한편 문 대통령의 마지막 사면 명단에 포함된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이후 문 대통령과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먼저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신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