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살해,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29살 양모 씨는 PCL-R(Psychopathy CheckList Revised·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에서 총점 26점을 받았다. 이 검사는 40점 만점 기준으로 총점이 25점 이상일 경우 고위험군(사이코패스)으로 분류된다. 해당 검사에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38점, 강호순은 27점을 받았다.
PCL-R은 캐나다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1991년 개발한 사이코패스 측정 및 검사 도구다. 국내에는 2008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에 의해 번안 및 한국 범죄자 대상 표준화 작업을 거친 뒤 한국판 PCL-R로 출간돼 활용 중이다.
문항이 20개에 불과해 인터넷 상에서 사이코패스 진단 문항이 공유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 자가 테스트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PCL-R 검사를 통한 사이코패스 여부는 20가지 문항에 대한 총점과 함께 2명 이상의 범죄심리학 전문가 소견을 통해서 종합 판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법적 근거로 작용한 사례가 있다. 2010년 이후 인용된 횟수가 늘어나며 PCL-R 검사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도 점차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다만, 사이코패스 판정을 감형 사유로 볼 것인지 가중 처벌 사유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PCL-R 검사가 대부분 피고 측에 불리하게만 작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오판을 내릴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있다. 최이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원 등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미 법원 판결 중 PCL-R 검사는 사형 결정단계에서 15건, 사형 외 형량 결정 단계에서는 7회 인용되는 데에 그쳤다.
해당 기간동안 PCL-R 검사 결과가 가장 많이 사용된 경우는 치료감호 결정(207 건)에서였다. 이 역시도 치료감호 판정의 쟁점이 되는 정신질환과 함께 ‘사이코패스 소견도 있다’는 식으로 인용된 것이었다.
따라서 양 씨가 사이코패스 판정만으로 감형이나 가중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 씨는 PCL-R 검사 결과 외에도 정신감정에서 정신성적 습벽 이상이 추정됐다. 또한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KSORAS)와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에서도 ‘높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정과 평가 결과들이 복합적으로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여부와 항소심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