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정답은 '콘텐츠', 목표는 '자율주행' 시대에 있다"

입력 2021-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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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령 스토리텔 한국지사장 인터뷰…"넷플릭스처럼 오리지털 콘텐츠 만들고파"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 지사장이 17일 서울 중구 위워크 을지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알고리즘의 정교함을 가진 온라인 스트리밍 기반 플랫폼과 괜찮은 콘텐츠가 만나면 빨리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헤드쿼터(총본부)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지사 지사장의 눈길이 오디오북에 향하게 된 계기다. 넷플릭스도 시작부터 성공 궤도만 걸었던 건 아니다. 넷플릭스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땐 '넷플릭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 지사장은 흐름을 봤고, '넷플릭스가 곧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자연스레 다음 질문이 떠올랐다. '그다음은?'

"넷플릭스 로컬 콘텐츠인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스토리텔도 비슷한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오디오북 콘텐츠 자체가 생소했는데, 이젠 스토리텔의 팬층도 확대된 상황이죠. 저는 이 모든 게 콘텐츠의 절대적인 '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소비자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초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죠."

박 지사장은 넷플릭스가 지금과 같은 성과를 보이는 것도 소위 '볼 만한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바쁜 현대인들의 여가를 확보하기 위해선 당연히 '재미있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인식하게 하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오디오북이 선택받기 위해 가야 할 방향성과 주목해야 할 부분도 여기서 찾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들은 오디오북이 뭘까?' 조사해보니 영미권에서 제작된 해리포터 오디오북이었습니다. 영화나 책 외의 다양한 포맷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콘텐츠인 건 알았지만, 오디오북으로도 인기를 많이 끌었다는 사실은 제게도 새롭게 다가왔죠. 다음 고민은 '글로벌 저작권을 어떻게 가져와 영어 말고 현지어로 제작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해리포터와 같은 친숙한 글로벌 IP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오디오북을 듣는 것부터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 지사장이 17일 서울 중구 위워크 을지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스토리텔이 글로벌 이용자 데이터를 보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어판 오디오북은 최근 5년간 한국을 포함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총 25개국에서 최다 청취 순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글로벌 기준 총 누적 청취 시간은 2600만 시간에 달한다.

"스토리텔은 글로벌 기업이라 해외 기업과 협업이 수월하다는 게 강점이었죠. 한국 이전에 브라질, 네덜란드, 불가리아, 아이슬란드 등의 자국어로 해리포터 오디오북을 이미 제작을 한 바 있고, 포터모어출판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온 선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터모어사가 IP 관리에 매우 까다로운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 세심하게 준비했어요. 1~2년간의 준비 과정 끝에 계약을 따낼 수 있었고 독점적으로 한국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죠."

결과는 성공적이다. 스토리텔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경험하는 중이다. 박 지사장은 "'해리포터' 이후 스토리텔 유입률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새로 가입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첫 콘텐츠로 해리포터를 선택하는 게 흥미롭다"고 했다.

"한국 이용자들은 '여기서 가장 유명한 콘텐츠는 뭐지?', '남들은 뭘 들을까?'를 가장 궁금해해요. 스토리텔은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맞춤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고 이를 통한 유입도 있지만, '지난주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오디오북'과 같은 차트를 통한 콘텐츠 유입이 더 많아요. 해외 시장은 100% 알고리즘 베이스예요. 해외 이용자들은 아무래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잘 반영했는지를 가장 중요시하죠. 한국 이용자들이 '해리포터'로 유입된 것도 '뭘 들어야 잘 들었다고 소문날까' 생각하는 심리 때문인 것 같아요. 하하."

이 경험을 토대로 '슈퍼 IP'에 대한 방향성을 가져가면서 오디오 콘텐츠의 양을 강화하겠다는 게 박 지사장의 목표다. 문어체가 도드라지거나 한자를 함께 적어야 하는 책 등은 지양하고 오디오라는 포맷에 맞는 재미있는 오디오북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개그맨 김태균의 책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의 오디오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 지사장이 17일 서울 중구 위워크 을지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스마트폰 하나로 귀결되는 시대예요. 이 스마트폰 안에 영상 말고도 다른 많은 엔터테인먼트가 존재하는데, 넷플릭스 다음 단계는 오디오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오디오북의 가장 큰 장점은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테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이거든요. 산업군 자체도 미래지향적입니다. 스토리텔 창업자도 오디오북은 긴 호흡의 산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스토리텔은 '자율주행' 시대까지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쌓아가는 중이에요. 몸이 더 자유로워지면 오디오북 콘텐츠에 접근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박 지사장은 이러한 미래를 고려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오디오북 콘텐츠가 무엇일지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의 2022년도 목표이자 꿈은 스토리텔에도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에 버금가는 히트 오디오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이다.

"꼭 스토리텔의 콘텐츠가 아니어도 돼요. 오디오 콘텐츠가 영상 콘텐츠의 유명한 작품만큼 회자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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