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한 신세계가 이번에는 미술품 판매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에 나섰다.
올해 이베이코리아, W컨셉, 프로야구단 등 다양한 기업들의 M&A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사세를 키운 신세계는 미술품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을 통해 디지털 예술품 대중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는 전날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주식 85만6767주를 약 280억 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뒤 신세계의 서울옥션 지분율은 4.8%가 되고, 취득 예정일은 내년 1월6일이다. 신세계는 이번 주식 취득의 목적으로 "서울옥션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미술품 판매사업 및 소싱 관련 사업제휴 강화"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오래 전부터 이명희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에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백화점을 통해 단순한 쇼핑을 넘는 아트 마케팅을 위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작품의 감상과 구매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세계는 올 3월 사업목적에 ‘미술품 전시· 판매·중개·임대업 관련 컨설팅업’을 추가하며 예술 사업을 본격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해외패션 전문관에 지난해 8월 선보인 신세계갤러리는 업계 최초로 국내외 회화, 사진, 공예, 오브제 등 120여점의 예술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것은 물론 직접 구매까지 가능한 쇼핑 공간으로 꼽힌다.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고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구매까지 돕는다.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줄리안 오피, 김창렬, 이우환, 차규선, 하태임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백화점에서 감상하고 구매도 할 수 있다.
또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에서는 올해 3월과 10월 국내와 해외 미술계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들의 페인팅 원화와 에디션 작품을 소개하는 블라섬 아트페어를 진행했고, 10월에는 SSG닷컴을 통해 인기 작가들의 에디션 판화 작품 40여점을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소개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소개한 미술품은 작년 8월부터 올 12월까지 총 720여점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신세계는 백화점 모바일 앱과 SSG닷컴 등을 활용해 다양한 고객들에게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는 내년 상반기 중 신세계백화점 모바일 앱 서비스인 ‘신세계 아트 스페이스’를 새롭게 기획해 고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서울옥션에 대한 투자도 이같은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인테리어나 투자 목적으로 공예품, 오브제 등에 대한 문의가 점차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옥션은 국내 최대의 미술품 경매 사업자로,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보유한 두나무와 손잡고 NFT로 제작한 한정판 예술품이나 명품을 온라인에서 비트코인이나 원화로 경매하는 NFT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달에는 오픈마켓 플랫폼 '블랙랏'을 오픈했는데 기존 경매와 달리 판매자가 직접 작품을 올려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미술품 외에도 명품, 피규어, 스니커즈 등 MZ세대의 소장 욕구가 강한 아이템들을 거래해 최근 20조 원 규모로 성장한 리셀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다.
이미 신세계와 서울옥션은 지난해부터 손을 잡고 미술 대중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서울옥션이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검수 후 사들이면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명품 거래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양사는 현 사업체계의 제휴뿐 아니라 새로 파생되는 사업에 대해 우선 협의하기로 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