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흥행 이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부담이 된 건 사실이에요. ‘오징어 게임’이 흥행 기준이 된 건 가혹합니다. 하하.”
제작자로 변신한 배우 정우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공개를 앞두고 느낀 부담감을 이같이 털어놨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대한민국 시리즈 최초로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로 정우성은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4일 화상으로 만난 정우성은 “제정신이 아닌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며 “배우로 출연했을 땐 캐릭터 구현을 어떻게 했는지 목적 달성에 대한 고민만 있었다면, 제작자는 완성도나 많은 부분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더라”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 TV쇼 부문 최고 3위를 기록했고, 현재 5위(현지시간 3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예상은 소용없는 것 같다”며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의 영역이지 않나. 많은 분들이 봐줌으로 인해 많은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건 바람직하고 즐거운 일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요의 바다’는 정우성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자에 나선 작품이다. 제작자로서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성장한 부분은 무엇일까.
“‘나를 잊지 말아요’가 세상에 이 작품을 내놓고 싶은 영화인의 갈망에서 시작된 즉흥적인 도발이었다면, ‘고요의 바다’는 원작 단편영화를 보고 좋다고 생각해서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었어요. 전작때는 제작자이면서 배우로서도 참여했기 때문에 제작자로서 미숙한 점이 많았죠. ‘고요의 바다’는 완성도나 호불호를 떠나 제작사로서 돌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충실히 임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K-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이후 시청자들 또한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후의 넷플릭스 작품들은 자연스레 흥행 기준이 높아지게 됐다.‘오징어게임’에 대한 흥행을 “현상”이라고 칭하면서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작품의 흥행 기준을 ‘오징어게임’으로 삼는 것에 대해 “빨리 (그런 생각이) 깨져야 한다”면서 웃었다.
“우리는 그 기준을 빨리 떼야 해요. 전 세계적인 돌풍이고 사회적인 현상이었어요. 그런 현상을 만들어 낸 게 할리우드에서 몇 작품이나 될까요. 그건 쉽게 가질 수 없는 운명적인 현상이에요. 감독, 제작자, 배우가 다가갈 수 없죠. 그런 기준이나 평가로 모든 작품을 본다면, 앞으로 재밌게 볼 수 있을까 싶어요. 그 기준으로 본다면 작품 고유의 재미나 메시지는 놓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후광을 안고 시작했지만, 기대치가 높았던 탓에 혹평도 잇따랐다. 한국 첫 우주 SF 시리즈지만, 과학적 허점과 함께 단조로운 분위기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는 것. 정우성 또한 이 같은 반응을 예상했다고.
“물론 이게 새로운 장르의 도전이고, 세계관도 독특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내느냐가 평가의 기준점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실질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할 거라고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호불호의 소리가 크니까 그것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죠. 문제점들이 돌출되는 것에 대해 ‘맞아. 당연한 반응이야’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안 좋게 보는 분들은 왜 안 좋게 받아들일까’라며 전달에 있어서의 부족함 냉정함을 끊임없이 되새겨보는 그런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 ‘고요의 바다’는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다. 정우성은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겨뒀다.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샘솟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요. 공개 직후에는 ‘시즌2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어요. 지금은 만약에 요청이 온다면 ‘더 잘해 내야지’라는 생각과 잘 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를 더 충족시킬지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