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출신 '중도우파'...17대~18대 대선 당내 갈등 봉합 주역
4선 출신의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난파상태인 윤석열 선거대책본부의 선장을 넘겨 받게 되면서 표류하는 '윤석열호'가 제자리를 찾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그가 사퇴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본부장을 대신하게 된 배경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오랜 인연이 자리잡고 있다. 권 의원은 배재고,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83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5기)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했다. 윤 후보의 서울 법대 2년 선배이자 검사 선배인 그는 대학시절부터 이미 윤 후보와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서울대 재학시절 같은 학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가깝게 지낸 사이로 전해진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후보로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과정에서도 권 의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직전까지 선대본부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위기의 윤석열호를 맡게 된 것은 이런 친분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다.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당내 갈등을 매끄럽게 정리하며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권 의원은 2007년 이명박 당시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친이, 친박간 당내 갈등이 극에 달하자 맹형규, 임태희, 권영진 의원 등과 힘을 합쳐 '중립모임'을 창설하고 중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파격적인 제안을 하며 '이명박 지지'를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2011년 말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당 쇄신 작업을 주도했다. 이어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는 공천을 주도해 예상을 뒤집는 승리를 이끌어 내며 당내 입지를 굳혔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선대위 상황실장으로 활약해 정권 재창출의 1등 공신으로 꼽혔다.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권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를 '중도우파'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소장파 출신으로 극우 성향 친박계와는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권 의원이 2007년과 2012년 대선 때처럼 당내 갈등을 가라앉히며 지지층과 중도층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특히 '내부 총질'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의원을 설득해 아군으로 돌려 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권 의원은 평소 이 대표와 홍 의원에 대해 쓴소리를 이어온 만큼 두 사람의 심리적 반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폐지'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 통일부가 한심한 일만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없애는 건 아니다"면서 "우리가 집권해서 제대로 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며 이준석 대표에게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윤석열 후보를 저격하는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남 욕 많이 하는 분 치고 잘 되는 꼴 없다. 본인 얘기나 좀 하셨으면 좋겠다"면서 "현명한 분이니 앞으로 본인 얘기를 많이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른바 '메머드 선대위'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권 의원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영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존 선대위 구성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되레 책임자가 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