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간소하지만 안전하고 멋진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40여 년 전 ‘모스크바의 악몽’(보이콧으로 ‘반쪽짜리 축제’로 기록된 정치 올림픽)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현지시각)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토마스 바흐 위원장 등 IOC 지도부에 사퇴를 촉구했다.
벤첼 미할스키 HRW 독일 지부장은 “기업들마저도 중국의 인권침해 사태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IOC 지도부가 사퇴하고 인권의식이 있는 새로운 세대에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HRW를 비롯한 각종 인권단체는 중국이 신장웨이우얼, 홍콩, 티베트 등에 인권 탄압을 가해왔음을 꾸준히 문제 삼았다. 특히 위구르 지역 강제 노역에 동참하는 중국 기업의 후원을 금지하고, 공식 의복 등에 강제 노역으로 생산된 제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IOC가 인권 탄압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IOC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300여 개 비정부기구로 구성된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은 IOC 인권본부와의 대화 요청이 무시됐다.
NYT는 “IOC는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압력 요구를 일관되게 회피해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 사건을 들었다. 지난해 11월 펑솨이가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로부터 과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를 한 뒤 실종설이 돌자 IOC는 펑솨이와 영상통화를 진행해 “무사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단편적인 통화만으로 섣불리 발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무사개최를 위해 IOC가 공모에 가담했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IOC 측은 “올림픽은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IOC는 꾸준히 올림픽 개최국의 노동·인권 문제를 다뤄왔다.
지난 2014년에는 소치 동계 올림픽 경기장 건설노동자 임금 미지급 의혹에 대해 인권 단체의 제보를 받고 러시아에 정식으로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이 준비될 때는 경기장 건설노동자 노동 여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IOC가 유독 중국 인권문제에만 미온적 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민키 워든 HRW 글로벌 이니셔티브 디렉터는 “중국을 위한 이중 잣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일본·영국·독일·호주 등 주요 국가들은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도 걸림돌이다.
가장 먼저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는 리투아니아다. 최근 대만과 외교 관계를 강화해 중국과 갈등을 겪은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말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후 12월 6일 미국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웨이우얼 자치주 무슬림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집단 학살이라 명명하는 등 꾸준히 중국 인권 탄압을 비판해왔다. 이면에는 미·중 무역갈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하자, 다른 국가들도 잇달아 동참했다. 영국과 일본, 독일이 비슷한 이유로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 이외에도 호주,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코소보, 에스토니아, 벨기에 등도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보이콧에 비판적인 국가들도 있다. 에마뉘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말 “외교적 보이콧은 효용성이 없다”고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로 차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올림픽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파키스탄, 쿠바, 몽골 등 친중 성향을 보이는 국가들은 각자 올림픽 보이콧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참석할 것을 공언했다.
우리나라 역시 4년 전 동계올림픽을 치른만큼 보이콧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