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한다. 또다시 반(反)기업의 입법 폭주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4일 안건조정위에서의 여야 합의에 이어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11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의 추천 또는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작년 12월 국회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었고, 노동계를 의식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까지 찬성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경제계는 심각한 우려 표명과 함께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이 4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 없이 강행되고 있는 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경영에 개입한다. 당초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먼저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민간기업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경제계와 야당이 줄곧 반대해 왔고, 정부·여당 내의 이견도 커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이재명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노동이사제를 들고나와 민주당이 밀어붙였다. 국민의힘 또한 무책임하게 동조하면서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계는 그렇지 않아도 노조의 힘이 비대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는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고질적 문제를 더욱 키울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온다. 특히 민간기업으로의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갈등과 대립구조가 심화한 노사환경에서 이사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고, 결국 투자 지연 등으로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에 정작 다급한 노동개혁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최대 요인으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노동시장 경직성이 꼽히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당면 현안인 청년실업 문제 해소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지금까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파업중 대체근로 금지 등 노조 편향적 법률만 쏟아냈다. 과도한 노동권에 짓눌린 경제계가 절박하게 요구해온 최소한의 대항권에는 눈감아 왔다. 여기에 올해부터 경영자가 언제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숨통을 막고 있다. 이래서는 기업 활력만 떨어뜨리고 경제위기의 극복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