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이나 키오스크 등으로 부스 상주 인원 조절
예년 비해 절반 이상 인원 줄어들어
삼성·SK 등 국내 기업 전시관엔 대기 발생
폴더블폰·라이프스타일 TV 베낀 中 기업 전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이 공식 개막한 5일(현지시간) 오전, 전시 장소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흘렀다. 참관객들의 얼굴엔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맞이한 행사에 드는 반가운 감정과 동시에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긴장감도 소폭 어려있었다.
행사 전경 자체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각 전시관에 들어가는 인원 제한이 엄격했다. 기업들은 QR코드나 키오스크 등 자사 기술을 통해 전시관 입장 인원을 관리했다. 주최 측인 CTA(소비자기술협회)는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악수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주먹 인사만 원하는 사람, 악수를 원하는 사람 간 소통을 위해 ‘악수 확인 스티커’를 행사장 전면에 배치했다.
인구 밀도도 예년보다 한산했다. 매년 CES에 참가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감 인원은 절반 이하”라며 “부스를 열심히 준비한 입장에선 아깝지만, 그래도 2년 만의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국내 기업 전시관엔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몰렸다. 개막 직전 삼성전자 부스 앞에는 긴 줄이 생겼고, 개막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인원 관리를 위해 등록을 거쳐야 하는 키오스크 앞은 늘 문전성시였다. 오후 들어 키오스크를 관리하는 한 직원은 "30분 이상 대기가 발생한 적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자작나무 숲을 콘셉트로 푸르게 꾸며졌다. 넷제로(Net-Zero) 이행을 향한 '여정'과 '동행'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외관이었다. SK텔레콤, SK㈜, SK이노베이션, SK E&S, SK하이닉스, SK에코플랜트 등 6개사가 각 기업 활동에서 탄소를 감축해온 여정과 성과를 직관적인 영상과 그래픽으로 표현해냈다.
이날 이어진 부스투어에서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사피온은 데이터를 저전력 고효율로 처리해 기존 GPU 대비 처리용량은 1.5배 크면서도, 전력 소모는 80% 적다”라며 “SK하이닉스의 친환경 반도체 공정 장비 ‘워터 프리 스크러버’를 통해 하루에만 7만9000톤의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2000㎡ 규모에 달하는 전시 부스 전체를 나무 찌꺼기를 눌러 붙여 만든 OSB(Oriented Strand Board) 합판으로 채워 눈길을 끌었다. 제품으로 꽉 들어찬 통상적인 전시와는 달리, 공간을 비우고 QR코드로만 전하고 싶은 바를 채웠다. 환경을 생각하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을 바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반면 TCL, 하이센스 등 중국기업 전시관은 대체로 한산했다. 샤오미, 화웨이 등 메이저 중국 IT 업체들이 불참한 영향이다. 미니 LED를 필두로 한 TV 전시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가전이나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 부문에선 다소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제품군에서 ‘한국 베끼기’도 여전했다. TCL은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3'와 상당히 유사하게 생긴 클램쉘(조개껍데기) 모양의 프로토타입 ‘시카고’를 전시했다. 접은 상태에서 전면 디스플레이 모양이 가로로 직사각형이 아니라 세로 모양이라는 것만 빼면 ‘Z플립 판박이’였다. 현장에서 만난 TCL 직원은 "비용적인 부분을 아직 해결하지 못해 아직 개발 중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를 체험하는 동안 ‘갤럭시Z플립’을 언급하며 멈춰선 현장 참관객들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제품과 다른 점, 만약 출시되면 갤럭시Z플립 시리즈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을지 묻는 참관객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TCL 직원은 즉답을 피했다.
하이센스는 삼성전자 '더 세로'와 유사한 상품으로 꾸며진 '로테이팅 TV' 존을 만들었다. '오토 로테이트 TV' 세 대를 나란히 붙여놓은 모양이다. 하이센스는 2년 전인 CES 2020에서도 이 제품을 전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