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감독해 소비자 신뢰 높여야"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전면 시행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총 33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을 통해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달 1일부터 시범서비스를 거친 뒤 드디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것이다.
마이데이터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개인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즉 여러 금융회사의 앱 대신 주로 거래하는 한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앱으로 자신의 모든 금융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은행 대출 잔액·금리와 상환정보는 물론, 주식 매입금액·보유 수량·평가금액, 펀드 투자원금·잔액, 통신사 납부·청구내용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이데이터 시행 첫날과 이튿날,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 앱 쏠(머니버스)에 들어가 서비스 가입을 해봤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된 후 바로 가입해 서버 폭주가 예상됐지만 지연되는 절차는 없었다. 충분한 시범서비스 동안 발견된 오류 등을 개선한 만큼 보다 안정된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거래은행이라 익숙했던 탓인지 생각보다 빨리 내 자산 정보를 연동할 수 있었다. 모든 금융기관의 자산연동 절차를 끝내도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만 이용약관 동의는 절차마다 5개 이상 돼 차근차근 읽었다면 하루를 꼬박 새웠을 것이다. 기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정보 동의 절차 중 선택사항도 모두 선택했지만, 내 정보를 너무 쉽게 공개해버린 듯한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아무래도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의 시스템 오류로 회원 100여 명의 계좌번호, 송금·이체내역 등 자산정보가 다른 회원에게 노출되는 등의 금융사고들이 소비자에겐 불안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이 소비자에게 데이터 보안에 대한 인식과 신뢰를 더욱 심어줘야 할 대목이다.
서비스 이용도 전에 '머니버스 이용을 권유한 직원이 있는지' 물어보는 절차가 나왔다. 이 부분은 '굳이 넣어야 했나'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고객 추천 수 등 실적은 업무 평가의 일환이기에, 직원들에겐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고객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일부 시중은행 등은 직원별로 고객 참여 실적을 할당해 일부 은행원들은 가족과 지인까지 동원해 이벤트 참여를 요청하고 있어 금융당국도 마케팅 과열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눈길이 갔던 건 ‘MY캘린더’와 카드, 페이, 멤버십 등의 다양한 포인트 현황을 한눈에 제공해 자투리 자금을 찾을 수 있는 ‘포인트 모아보기’ 코너였다. 내가 모르고 있던 카드 포인트와 페이에 남아있던 포인트를 합쳐보니 20만 원 이상이었다. '공돈'을 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적립을 더 해주는 페이에 가입해놓고 잊어버리기 일쑤인 MZ세대들에겐 필요한 서비스였다. 이외에도 절세 팁, 은퇴계산기 등 갖춰진 서비스를 하나하나 들여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골라드림 △찾아드림 △알려드림 코너도 흥미로웠다. 고객이 선택한 조건에 맞춰 상품을 골라주고, 찾아주고, 알려주는 서비스다. 은행 PB보단 더 객관적인 상품 추천이 될 것 같은데, 의심이 많은 나 같은 고객은 '정말 나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줬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아무래도 고객은 자기 눈에 가장 잘 띄는 첫 번째 상품을 고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찾아드림 코너의 상품 추천 기준은 고객이 선택한 기준에 더욱 적합한 순이며, 동일한 조건에서는 상품명 기준으로 가나다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띠’별로 ‘별자리’별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골라드림 코너는 내가 속해있는 띠와 별자리가 다른 띠와 별자리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며, 현재 수익률과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상품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금융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미국에서 나오는데, (법이 통과된 건 아니지만) 법안에 보면 거대플랫폼으로 지정된 데에서는 젤 중요한 부분이 자사상품 우대 금지를 한다는 점이다. 이해 상충 때문에 아예 판매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며 "상품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감독도 필요하고, 가이드라인도 만들어가야 AI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더욱 쌓일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