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채널 예산 늘리지 않고…직접 판매 사업 ‘구독경제관’ 신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소상공인 판로지원 플랫폼 ‘가치삽시다’가 또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년간 55억 원을 투입하고도 실적이 저조한 탓에 독자 판매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기부는 별다른 개선 조치 없이 지난해와 같은 약 24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중기부는 혈세 낭비 지적을 받고 올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결국 그와 대치되는 결과여서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6일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실이 중기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치삽시다 플랫폼에 올해 24억 원의 예산이 집행 계획됐다. 구체적으로 시스템 개선 및 유지보수에 13억 원, 정보제공 및 프로모션에 5억 원, 콜센터·인건비 등 기타 운영비에 6억 원이 배정됐다. 작년 24억 원 예산의 세부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앞서 중기부는 국회 지적에 따라 가치삽시다 개편안을 만들고 작년 12월 27일 기존 유통센터 직접 판매 쇼핑몰 서비스를 종료했다. 민간 플랫폼(네이버 등)을 통한 판매만 제공하고,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상품관과 뉴스레터, 교육콘텐츠 등 일부 공적인 기능만 남긴 채 공영쇼핑몰의 역할에서 손을 뗐다.
통상 정부의 사업이 축소되거나 철회될 시 예산이 감축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가치삽시다의 사업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직접 판매 기능이 없어져 예산이 감축돼야 했다. 하지만 중기부는 올해 905억 원의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 17개 세부 사업 중 가치삽시다 사업에 24억 원을 배정한 것이다.
그동안 유통센터 직접 판매 사업에는 4억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 국회 예산 심의에서도 24억 원 중 20억 원으로 삭감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부안대로 24억 원으로 결정됐다”며 “남은 4억 원이 민간 판매를 활용하는데 필요하니 반영해달라고 요청해 심의에서 통과됐다”고 말했다.
중기부 이러한 입장대로 기존 직접 판매 예산은 민간 판매 사업에 크게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올해 시스템 개선 및 유지보수 항목 중 ‘민간채널 연동 판매기능 구현’에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2억 원이 배정됐다. 실질적으로 민간채널 사업을 늘리지 않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계약을 맺은 네이버를 제외하곤 제약이 있어 한꺼번에 2~3곳의 민간채널을 늘리지 못한다”며 “향후 1~2개의 민간채널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중기부는 가치삽시다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구독경제관’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기부가 설명하는 구독경제관은 소상공인 입점업체를 직접 구하고 나서,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의 돈을 모두 지급하면 주기적으로 상품을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서 쓰는 구독경제와는 사뭇 다르다.중기부는 구독경제관을 민간 채널과 협업해 서비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신 기존 사업을 종료한 유통센터 직접 판매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정재 의원은 “국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기부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며 “구독경제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서 일반 판매한다고 하는데 큰 틀에서 일반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아 투입 대비 성과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4억 원이라는 예산이 제대로 쓰일 수 있는지 향후 업무보고에서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기부가 내놓은 가치삽시다 쇼핑몰의 개편안은 기존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민간채널에 대한 예산을 늘리지 않고 구독경제관이라는 새로운 직접 판매 방식으로 가치삽시다를 운영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도 지난 10월 “가치삽시다 플랫폼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후발 플랫폼이다 보니 경쟁이라는 어려움도 있고 예산도 원점에서 검토해 볼 생각”고 말한 바 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한편 가치삽시다는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소상공인 입점 업체들의 매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라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미국산 의류건조기와 중국산 조명기구 등 입점이 금지된 외국 대기업 제품을 판매했다. 민간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동일 제품을 훨씬 비싼 가격에 내놓기도 했다. 입접업체 32.9%는 매출액이 없었고, 업체당 월평균 약 4만 원의 저조한 매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