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MC·QXIC, 단 한 개도 상용화 못해
“중국, 최첨단 반도체 생산 과소평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17% 불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언론, 지방정부 문건, 기업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반도체 양산 프로젝트가 빈손으로 끝났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프로젝트들에 투입된 자금은 최소 23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로, 대부분 정부가 돈을 댔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는 한 개의 반도체도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입 자금은 각각 3000만 달러, 5억 달러였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했다. 몇 년 내 7나노미터 초미세 공정 제품을 내놓겠다는 야심도 품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칩도 상용화하지 못한 채 투자금만 날렸다. HSMC는 지난해 6월 아예 문을 닫았고 QXIC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WSJ는 최첨단 반도체 양산이 얼마나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지 중국 정부가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자국의 반도체 생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심혈을 기울여 왔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7%에 불과하다. 해외 의존도가 그만큼 높은 상황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염원은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더 커졌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관련 제재를 강화했다. 또 지난해 12월 미국 반도체산업을 대표하는 인텔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자사 공급망에서 중국 신장 제품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가 잇달아 실패하자 접근 방식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기업들이 기술과 경험 없이 추진한 프로젝트에 맹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지방정부나 관리들에게는 책임을 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