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조선 시장, 특정 업체 독점 어려운 구조”
유럽연합(EU)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양사의 통합 절차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인수가 좌초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EU의 결합심사에 걸려 좌초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이 호황기라 당장 인수 불발이 미칠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인수가 불발되면 당장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켜진다. 현대중공업이 인수 절차 마무리 후 투입하기로 했던 1조5000억 원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점점 높아지며 지난해 3분기 기준 297.3%에 달했다.
새 주인을 찾는 것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EU가 ‘독점’을 근거로 기업결합을 불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불가피하게 다른 업종에서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그나마 한국조선해양은 상황이 낫다. 오히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할 계획이었던 1조5000억 원을 다른 사업에 활용하는 등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보면 장기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조선 업계에서는 자국 업체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늘리는 식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주된 경향이다. 이번 인수 기회를 놓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의 위상이 낮아질 수 있다.
2019년 인수 본계약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자국 조선사 간 경쟁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AFP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EU 반독점 당국이 양사의 인수ㆍ합병을 불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화물선 공급을 제한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EU 경쟁 당국 위원들이 ‘독과점’ 우려에 이번 주 내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측은 우선 EU의 공식 발표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EU가 최종적으로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양사가 항고나 재신청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 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 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며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 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