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올해 초부터 '유통 거인' 롯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창고형 할인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을 시도할뿐 아니라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악재 속에서 도전을 머뭇거리면 도태될 수 있다는 신동빈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이달에만 3개의 ‘맥스’ 매장(전주 송천점, 광주 상무점, 목포점)을 오픈한다고 18일 밝혔다. 맥스는 롯데마트의 새 창고형 할인점 브랜드다. 3월에 오픈하는 창원 중앙점까지 포함하면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에만 4개의 맥스 매장을 연다. 영등포점과 금천점 등 기존 2개 매장도 3월까지 이름을 맥스로 교체한다.
롯데마트 맥스는 ‘창고형 할인점에 파는 상품은 대용량이기에 비싸다’와 같은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고객들의 불만을 고려해 상품 구성은 3~4인 가족 중심 용량으로 구성했다. 맥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상품 비중은 50% 이상까지 늘린다.
롯데백화점은 주요 점포를 명품 중심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본점의 경우 올해까지 전체 영업면적 중 절반가량을 명품 매장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작년 8월에는 총 30여 개의 남성 해외명품 브랜드를 도입한 바 있다.
롯데는 M&A 시장에서도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는 롯데와 이마트24의 신세계, 넵스톤홀딩스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롯데는 인수 가격으로 3000억 원대를 제시했지만, 나머지 두 곳은 2000억 원대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롯데가 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가 성사되면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계 1, 2위인 CU, GS25를 단숨에 추격하게 된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2020년 기준 2603개)을 인수하면 매장 수는 1만501개에서 1만3304개로 늘어난다. 1만5000개 안팎인 GS25, CU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지면서 편의점 시장은 빅3 체제로 재편된다.
롯데호텔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 있는 킴튼 호텔 모나코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에 투자한 금액만 약 3600만 달러(약 430억 원)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고려해 선제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롯데가 연초부터 과감한 조치에 나서는 이유는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코로나19 등 잇따른 악재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 등을 담당하는 롯데쇼핑의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28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9% 감소했다. 호텔롯데도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2476억 원에 머물렀다.
신 회장은 위기 극복 키워드로 ‘도전’을 꼽았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 우리가 이뤄낸 성과들은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도전을 강조했다.
변화를 향한 롯데의 드라이브는 계속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20일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새해 첫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에 참석하는 신 회장과 송영덕ㆍ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올해 사업 환경을 분석함과 동시에 투자 전략 및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시장 성장세에 맞춰 '맥스'를 내년까지 20개 이상 늘린다. 세븐일레븐은 퀵커머스(근거리 배달)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고자 배달로봇 '뉴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