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불신이 폭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불신이 다른 건설사들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용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아이파크’의 하자 모음 게시물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 해당 게시물에는 에어컨 배수구를 잘못 시공해 2층 필로티가 물바다가 된 ‘거제 아이파크’, 콘센트 구멍에서 물이 쏟아져 워터파크라는 비판을 받은 ‘전주 아이파크’, 배수가 안 돼 단지가 물에 잠긴 ‘파주 아이파크’, 하자 신고만 1만5000건이라는 일산 아이파크 등이 거론됐다.
건설사 불신은 HDC현대산업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특정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특정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 전체가 부실 공사라는 괴담까지 떠돌며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건설업계 관계자라고 소개한 글쓴이가 2020년~2021년 시공 중인 아파트 전체가 부실 공사라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2020~2021년 자잿값이 폭등하며 철근과 콘크리트가 10개 들어갈 곳에 5~6개만 넣는 방식 등으로 자재를 아껴 지었다’라고 지적했다.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이지만 이번 붕괴사고로 걱정이 많아진 아파트 거주자, 입주 예정자들에겐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주장인 상황이다.
사실 아파트 부실시공·하자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국토교통부가 매 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고, 지난 분기에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 현장을 찾아 특별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사망 사고·품질관리 부적합 등 부적정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국토부가 특별점검에 나선 현장 143곳에서도 지적 건수는 178건에 달했다. 사망사고를 냈음에도 부적정한 시공을 이어진 것이다.
건설사들의 안전관리 수준도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토부가 발표한 ‘안전관리 수준평가’에 따르면 총 281곳의 발주청·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시공자 중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시공사 6곳(대우조선해양건설, 동부건설, 신동아건설, 한신공영, 한진중공업, 호반산업)으로 전체의 2.13% 그쳤다.
이처럼 건설사에 대한 지적이 오래 제기돼오며 ‘후분양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이 완료(또는 일정 수준 이상 공정 후)된 후 분양을 받는 방식을 도입하면 건설업체 간의 품질 및 안전 경쟁이 일어나는 등 주택의 품질이 향상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반드시 후분양제가 더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분양제는 비교적 적은 분양가에, 안정적인 건설비용 확보를 바탕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후분양제는 건설 후 집을 보고 들어가기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보되며,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하자 문제는 마감 단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분양 방식과 하자 여부는 무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 비용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적은 비용을 들여 시공하려는 문화가 바뀌지 않을 경우 날림 공사, 시간 부족으로 인한 부실 공사 등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 현장 안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안전이든 품질이든 결국은 비용 증가 부담의 문제다. 발주자 등이 더 많은 공사비를 지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비용 지불에 대한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비용·시간이 더 투자되더라도 안전한 건설 사업을 하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