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추계보다 국세가 60조 원 정도 더 걷힌 것은 상당 부분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관련 세수가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나타났다.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증권거래세가 정부 예측에 비해 1.5∼2배 급증했다.
20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세목별 국세수입 실적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본예산 편성에서 국세수입을 273조1028억 원으로 잡았으나, 11월까지 들어온 세금이 314조6960억 원으로 이미 41조5932억 원이나 많았다.
예상보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세목이 집값에 연동하는 양도세다. 본예산 때 16조8857억 원으로 편성했는데 11월까지 수입이 34조3761억 원이다. 예측치의 2배를 넘었다. 상속·증여세도 9조999억 원을 예상했으나 14조459억 원 걷혀 1.5배였다. 12월 수입을 합산하면 초과세수 규모가 훨씬 커지게 된다. 종부세는 본예산 5조1138억 원에 11월까지 실적이 1조4788억 원이지만 납부기간이 12월이다. 고지액이 8조5681억 원임을 감안하면 본예산이 추정한 규모의 1.7배가 들어온다.
증권거래세가 본예산 5조861억 원보다 1.9배 늘어난 9조4499억 원이나 걷힌 것은 특기할 만하다. 하지만 집값 폭등에 내집마련이 힘들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대거 주식에 몰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이어진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법인세도 68조7847억 원으로 예상(53조3054억 원)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는데, 기업들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경쟁력 강화와 수출 증대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성과다. 다른 세목인 근로소득세나 종합소득세, 개별소비세 등은 추계치와 별 차이가 없다.
기재부의 세수추계 오차가 엄청나게 커진 주된 원인은 결국 집값 폭등을 불러온 부동산정책의 누적된 실패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초과세수가 기업실적·수출입·고용 등 경제 활성화의 결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여력을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고 강조했다. 정말 모르고 얘기하는 건지, 현실을 일부러 외면하면서 정책 실패를 호도하는 건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초과세수를 핑계로, 정부·여당은 70여 년 전 한국전쟁 때나 있었던 비정상적인 1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밀어붙인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퍼주기와 다름이 없다.
장기 전망이 어긋난 것도 아니다. 겨우 한 해의 세수 추계가 이처럼 심각한 오류를 빚고, 그 원인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반성이 없다. 정책실패의 결과가 뚜렷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잘하고 있다는 자랑뿐이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위기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안정적 경제운용의 책임을 져야 할 기재부의 존재 의미와 가치에 대한 회의만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