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ㆍ무분별한 산재 신청 증가로 피해만 커질 것
경영계가 ‘근골격질병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안’을 고용노동부가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일 고용부가 행정 예고한 '근골격계질병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경영계 의견을 고용부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경총은 지난 13일 이 개정안이 충분한 의학적ㆍ역학적 근거 없이 마련됐으며, 특정 업종에 불합리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어 합리적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개정안은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 기준으로 목, 어깨, 허리, 무릎 등 6개 신체 부위 상병에 특정 업종(조선ㆍ자동차ㆍ타이어 등)·직종(용접공ㆍ도장공ㆍ정비공ㆍ조립공 등) 1~10년 이상 종사자 설정하고 있다.
추정의 원칙은 작업(노출)수준 및 기간, 적용 상병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당연 인정기준을 충족하는 건에 대해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총은 고시 개정안의 업종ㆍ직종 단위 인정기준은 역학적 근거와 일관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사업장 작업환경 개선 효과 및 근무환경 차이 등을 전혀 반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총은 “고용부가 관련 연구용역을 3차례 진행했지만, 특정 1년간의 데이터 분석으로 결과를 도출했고 연구용역 결과마다 적용대상 직종 결과도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경총이 전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 판정위원 1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근골격계질병 산재판정에 주된 역할을 하는 정형외과ㆍ인간공학 전문가 68%가 추정의 원칙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문제점으로는 △작업환경 개선내용 반영 불가(38.2%) △사업장별 다른 신체부담작업 정도 확인ㆍ반영 불가(34.5%) △의학적·역학적 근거 부족(27.3%) 순으로 답했다.
아울러 경총은 “고시 개정안 통과 시 해당 사업장 생산직 근로자 70~80%가 적용돼 무분별한 산재 승인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확산할 것”이라며 “기업의 작업환경 개선 의욕 저하와 정부의 사업장 제재 반복으로 이어져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평균 근속연수가 높은 조선ㆍ자동차ㆍ타이어업종 사업장은 산술적으로 생산직 근로자 대부분이 추정의 원칙 적용대상에 해당한다.
아울러 경총은 무증상질환자도 산재로 인정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증이 없으나 MRI 등 진료 결과, 상병이 확인되는 사람을 무증상질환자로 표현한다. 경총은 연구논문에 따르면 초음파 및 MRI 검사 결과 회전근개질환이 발견되었으나 통증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50%가 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경총은 근골격계질병 예방 노력과 상관없이 산재승인이 급증한다면 근로자의 신체부담 정도를 감소하기 위한 시설ㆍ장비 개선, 인력증원 및 근무체계 개편, 보건관리 강화 등의 투자를 지속할 유인이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골격계질병 산재 승인 증가로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사업장 제재 반복ㆍ강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재 승인 시 수시유해요인조사 및 근골격계 예방관리 프로그램 시행 의무가 발생하지만, 의무 이행과 상관없이 산재승인이 지속하기 때문에 해당 조치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임우택 경총 본부장은 “고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전반적인 산재 신청 증가로 신속한 산재처리가 더욱 요원할 것”이라며 “제도운용 개선만으로도 산재처리 신속성 개선이 가능한 만큼 불합리한 고시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