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걱정"…정부 “수수료 공시 시행”
서울 구로구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배달 대행료로 고민이 커졌다. 이달 초 배달 대행사가 수수료 가격을 인상한 데다, 2월부터 쿠팡이츠가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 때문이다. A 씨는 “배달 대행사와 쿠팡이츠 등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이 커져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객단가 평균이 2만1000원 정도인데, 수수료와 재료비 모두 올라 마진이 거의 남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산 속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연초부터 배달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배달 대행사에 지불하는 배달 수수료는 물론 대형 플랫폼에 지불하는 중개 수수료까지 자영업자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수수료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은 이를 음식 메뉴 혹은 배달팁(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 인상으로 전가하는 분위기다. 이런 악순환에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배달수수료 공시라는 극약처방을 검토 중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20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배달 대행업체들은 올해 초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본 배달 수수료를 500~1000원 넘게 일괄 인상했다. 수수료 인상에 시간과 지역에 따라 배달비가 1만 원이 넘는 곳까지 등장했다.
대행사들은 올해부터 시작된 라이더의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의무화 제도와 대형 플랫폼으로 기사가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요금을 인상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배달 대행사 생각대로는 수수료를 인상하며 점주들에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의무화 △쿠팡 및 배민원(대형플랫폼)으로 인한 기사 이탈 방지 △1월부터 시행된 배달 대행 기사 원천징수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배달의민족(배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현재 등록된 배민원 라이더는 4500여 명으로, 국내 전체 라이더 숫자의 1%에 불과하다”며 대형 플랫폼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를 올린다는 입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상반기 통계청이 집계한 전업 라이더 수는 42만3000명이다. 업계는 투잡 라이더를 포함해 50만 명 정도가 배달업에 종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는 현재 등록된 라이더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솟구치는 배달비에 정부가 팔을 걷어부쳤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21일 제3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월부터 배달 수수료 현황을 공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협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1회 앱 별 수수료 정보와 거리ㆍ배달방식별(묶음, 단건) 수수료 정보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최소주문액, 지불배달료, 할증여부 등 주문 방식 차이에 따른 금액도 표시한다.
정연승 교수는 “공시 제도가 배달료 인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 속에 시장에 자정 작용을 요구하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배달 수수료 관련 정책을 위한 하나의 추이를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플랫폼에 내는 중개수수료도 자영업자들의 한숨을 키우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 씨는 “쿠팡이 단건 배달을 앞세워 배민과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며 “고객 입장에서 좋은 시스템이지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이 점주에게 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쿠팡이츠는 2019년부터 그동안 8차례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료 5000원 프로모션을 연장해왔는데 내달 3일부터는 서울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쿠팡이츠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요금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64만 명에 불과했던 쿠팡이츠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지난 1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며 지난달 905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