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프리지아가 쏘아 올린 ‘금수저 인플루언서’ 논란

입력 2022-01-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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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구경하다가 예뻐서, 점원이 추천해서, 나한테 어울려서 그래서 ‘그냥’ 사버린 명품? 그들의 소비에 그저 입이 떡. ‘부러움’조차 부끄러운, 그저 딴 세계 이야기일 것 같은 적나라한 돈 씀씀이를 너무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데요. ‘금수저’들의 일상이 유튜브로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죠.

유튜버 오프라이드, 케이, 왕언니가 주저 없이 구매하는 슈퍼카, 퍼스널 쇼퍼가 골라주는 명품 착장, 300평이 넘는 집 소개 영상이 그저 꿈만 같습니다.

명품 하울(구매 물건 품평 영상)은 끝도 없고, 브이로그 일상 속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제차 하나는 거뜬히 들고 다니는 착장, 그러나 그마저도 한 번 이상 입기 싫다는 ‘망언(?)’에 더 지쳐가는데요. 특히 넉넉한 자산만큼 넉넉한 자존감이 우리들의 마음에 콕 박힙니다. 넘치는 자신감은 ‘태생’이 준 축복이구나… 더한 부러움에 사로잡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언니의 당당함이 부러워요” 그 부러움의 최고치를 찍던 한 인플루언서가 격한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그를 향한 논란의 이유는 다름 아닌 ‘짝퉁’이었습니다.

‘짝퉁’과 ‘금수저’의 만남이라.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이 만남이 SNS, 유튜브, 포털을 뒤덮었죠. 물론 모두 부정적으로 말입니다.

19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프리지아’, 본명 송지아를 향한 이야기인데요. 무용과 출신의 송지아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눈에 띄는 얼굴과 몸매, 화끈한 패션, 경상도 사투리의 애교 섞인 말투 등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죠. 그중 가장 손에 꼽힌 매력은 바로 ‘재력’이었습니다.

송지아는 ‘금수저 유튜버’로 불렸는데요. 금수저 질문에 송지아는 “금수저는 아니고 여유롭게 자란 편이에요”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그의 영상을 지켜본 보든 이들이 그 여유로움에 고개를 끄덕였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송지아는 유명 연예인들이 산다는 서울숲 ‘트리마제 아파트’에 거주 중입니다.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보증금 10억대에 월세 350만~400만 원 정도의 고급 아파트죠. 20대 중반의 여성이 살기엔 쉽지 않은 곳이니만큼 그의 부모님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넘치는 재력의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일 거란 댓글이 이어졌죠.

송지아 또한 이를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는데요. ‘프리지아’ 채널 영상 곳곳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모습도 비춰졌습니다. 부모님께 명품 선물을 하는 모습, 엄마가 물려준 명품가방들, 아빠가 선물한 명품 스카프 액자까지…. ‘금수저’ 소문을 사실로 만들기에 충분했죠. “솔직히 모자란 것 없이 살아왔다”는 송지아의 대답에 시청자들은 “솔직한 것이 더 보기 좋다”, “금수저 아니라고 부인했으면 좋게 안보였을 듯”이라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송지아는 넷플릭스 웹예능 ‘솔로지옥’에 출연하며 인기에 불을 붙였는데요. 유튜버 ‘프리지아’를 몰랐던 사람들도 송지아의 패션과 당당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매회 송지아가 입고 나온 명품 의상 착장은 커뮤니티를 가득 채웠고, 실제 가격까지 공유됐는데요. 근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송지아의 착장템을 명품 사이트와 매장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건데요. 꼬리에 꼬리를 문 궁금증은 결국 가짜, ‘짝퉁템’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다다랐습니다. ‘디올’의 튜브탑도 ‘샤넬’ 니트도 ‘마린세르’ 원피스도 모두 진품이 아닌 짝퉁이었죠.

‘금수저’가 짝퉁이라니. 충격에 쌓인 사람들의 검색은 이어졌고, 그가 올린 유튜브 곳곳 모든 착장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진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만 30여 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송지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적해주신 가품 논란은 일부 사실, 정말 죄송하다”며 자필 사과문을 올렸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파는 계속됐습니다.

송지아의 ‘금수저 콘셉트’는 소속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문이 제기된 건데요. 이에 송지아 소속사 효원 CNC가 해명에 나섰죠. 효원 CNC는 19일 공식입장을 통해 “송지아가 살고 있는 트리마제에 ‘1원’도 보태지 않았으며, 송지아가 꾸준히 모델 활동을 하면서 모아 보증금을 마련해 월세로 살고 있다”, “송지아가 가품을 정품이라고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그런데 이 해명으로 더 큰 논란이 생겼는데요. 송지아가 사는 곳은 그가 마련한 ‘월셋집’이란 점이었죠. 물론 트리마제의 월세는 그 금액이 상당하지만, 부모님의 재력으로 마련한 ‘금수저 집’이 아니란 걸 명시한 셈인데요. 거기다 가품을 정품이라 소개한 적 없다던 말과 다르게 ‘하울 영상’ 곳곳에 가품이 버젓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소속사는 “송지아가 지적 재산권 개념이 없었다.”, “가판대에서 예뻐서 샀다더라” 등의 해명을 내놨는데요. 명품을 카피한 가품인줄 모르고 샀다는 말에 네티즌들은 황당함을 표했습니다. 송지아가 명품 향수 ‘디올’의 광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서 가품 ‘디올 레이디백’을 같이 등장시킨 부분을 언급했는데요. 가품인 줄 몰랐는데 정확히 디올 향수에 디올 레이디백을 매치한 의도는 무엇이냐는 비난이 쏟아졌죠.

소속사의 해명이 이어지면서 네티즌들에겐 혼자서 소통해 온 유튜버 ‘프리지아’가 아닌 소속사의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유튜버라는 사실이 더 충격으로 다가왔는데요. 혼자서 알음알음 채널을 이끌어오다 소속사나 팀을 이룬 유튜버들과는 다른 시작점도 의혹이 거세진 이유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MZ세대의 새로운 롤모델로 떠오른 밀라노 할머니 ‘밀라논나’ 채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죠. 이 채널엔 전직 패션 바이어이자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장명숙 씨가 등장하는데요.

52년생 유튜버가 전하는 감각적인 패션 노하우와 인생 조언들이 MZ세대에게 큰 공감을 샀죠. 그런데 이 채널은 그저 한 할머니가 소통을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닌 2019년 무렵 조선미디어그룹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에서 채널 론칭을 주도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언론에서 개인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운영, 관리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구독자 중 일부는 실망감을 내비쳤죠.

그간의 공감하고 좋아했던 감정들이 만들어진 틀 안에서 움직여졌다는 씁쓸함이 든다는 반응들이 나왔는데요. ‘소소한 소통’과 ‘다정한 크리에이터’로 여겨졌던 유튜버가 연예소속사의 스타 경쟁이 돼 버리는 건 아닌지… 쏟아지는 이야기들에 불편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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