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그리고 이례적으로 크게 출렁였습니다. 정오께 1115포인트 이상 빠졌던 다우지수는 이후 1200포인트 이상을 만회하며 상승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장중 최대 4.9%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나스닥지수가 장중 4% 이상 급락했다가 상승 마감한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S&P500지수도 이날 최대 4% 급락한 후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야이다 보니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모습입니다. 연준이 예상보다 일찍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장 초반 대규모 투매가 일어났고, 설상가상,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얼렸습니다.
이런 거친 움직임이 계속되다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 재택 기간 중 늘어난 개미들이 겁에 질려 다 도망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분석해보자면, 현재 뉴욕증시의 최전선에 있는 젊은 트레이더들에게는 ‘긴축’이란 단어 자체가 공포라는 겁니다. 이들이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는 이미 ‘제로(0) 금리’ 시대였지요. 그런데 갑자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는 말을 들었으니 큰 핸디캡을 지게 된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다시 말해 젊은 트레이더들에게 ‘긴축’, ‘금리 인상’이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 트레이더가 원유를 사기 위한 달러 자금조달 금리가 0.25%포인트 오른다는 것은 앞으로 0.25%포인트의 수익률을 항상 올려야 한다는 것이고, 더 큰 액수를 다루는 프로들에게도 0.25%포인트 플러스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체험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이죠.
여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지면, 연준이 시중에 넘치는 과잉 유동성을 올해 안에 서서히 회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그것 역시 새내기 트레이더들에겐 처음 겪는 일이 되겠지요.
시장은 젊은 트레이더들에게 이처럼 심리적 위축이 생길 때마다 24일처럼 극심한 변동성에 직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경험치가 아닌,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의 가장 큰 악재가 되는 셈이지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24일 28에서 순식간에 38까지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날 언론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만 주목했는데, 정작 뉴욕증시에서의 화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오판’이었답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와의 전쟁을 치르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김이 파월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끔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발성이지만, 금융정책의 전환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대 사건입니다. 시장이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혹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더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롤러코스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안전띠 바짝 조일 준비 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