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해 우리는’ 최우식 “최웅 연기하면서 ‘잘생김’ 욕심났어요”

입력 2022-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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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매니지먼트숲

두부상이라고요? 전 제 얼굴이 좋아요. 두부를 맛있게 조리해서 다양한 두부 요리를 만들 수 있게끔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두부상이라 표현할 수 있는 게 많거든요. 제 얼굴에 만족하고 이렇게 살렵니다.(웃음)

배우 최우식의 말처럼 그의 얼굴은 순백의 두부 같다. 어떤 역할을 만나든 캐릭터를 그대로 흡수해 그만의 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유순하고 순할 것 같은데, 냉랭하고 상남자 같은 분위기를 내며 다채로운 얼굴을 표현하고 있는 최우식이다.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촬영한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 마주하게 된 첫사랑의 이야기를 다룬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학창 시절의 첫사랑과 지난 연애의 추억을 소환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작품에서 최우식은 5년 전 헤어진 전 여자친구 국연수(김다미)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러스트레이터 최웅을 연기했다. 사랑을 느끼는 감정부터 연애, 이별, 재회까지 다채로운 감정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25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최우식은 “‘그 해 우리는’은 이때까지 해온 연기들 중에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했다”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과정을 그려낼 수 있었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 웅이와 잘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번 작품으로 오랜만에 드라마 주연을 맡은 최우식은 부담감 또한 엄청났단다. 하지만 이 부담감은 촬영을 하면 할수록 덜어지고,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서 오히려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일단 첫 번째로 글이 너무 좋았어요.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안 할 수가 없는, 너무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작품이었거든요. 사실 저희가 드라마를 모니터링 하면 글보다 더 잘한 연기도 있지만, 글을 놓치고 가는 장면도 많았죠. 주연이라는 부담감도 어마어마했어요. 촬영 초중반까지는 못 느끼다가 첫 방이 다가오면서부터 부담감이 심해졌죠.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계속 오더라고요. 저희 제작진을 믿고 연기에 임했어요. 꾸며내는 말이 아니에요. 주인공이 되면 현장을 끌어가야 하는 고민도 있는데, 저희 현장은 모두가 서로를 믿고 가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사진제공=매니지먼트숲

‘그 해 우리는’은 최우식과 김다미의 재회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마녀’(2018) 이후 3년 만에 작품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현장 분위기가 편안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다미와 두 번째 만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상대 여배우와 호흡이 중요한 로맨스극이잖아요. 다미와는 이미 ‘마녀’로 호흡을 맞췄고, 그 이후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이번 드라마에서 새로운 케미를 보여주는 것에 있어 왠지 ‘마녀’ 때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어요.

20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그 해 우리는’은 전날 기준으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톱(TOP) 9위에 올랐다. 최고 순위는 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인기를 보였다. 최우식은 드라마의 인기를 체감하냐는 물음에 “딱히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촬영이 끝나고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고, 집밖에 자주 안 나가고 있어서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인기를 느끼진 못했어요. SNS 팔로워 수는 많이 늘었어요.(웃음) 사실 저희 드라마 처음 들어갈 때부터 정말 과정만 생각하고 시작한 드라마에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과정을 그려내는 게 목표였죠. 결과는 운에 맡기는 거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 드라마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다른 청춘 멜로물보다 MZ세대의 감성을 잘 녹였다는 평가에서다. 두 주인공의 내레이션에서 속마음을 독백이 아닌 시청자에게 직접 말하듯 이야기 한다. 또 다큐멘터리로 일상을 보여주고,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데 이런 모습이 요즘 MZ세대의 세태를 잘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또 두 주인공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 사회생활로 이어지는 서사도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사고 있다. 여느 20대 커플처럼 사랑하고, 싸우는 보통의 연애, 그 현실적인 면면을 그려내며 공감대를 자극했다. 최우식 또한 ‘그 해 우리는’ 최웅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했다고.

“제가 최대한 인터넷도 안보고 댓글도 안 보려고 하거든요. 근데 어쩔 수 없이 ‘그 해 우리는’은 댓글을 좀 봤어요. 모든 분들이 최웅을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남자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도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 느꼈어요. 저는 최웅처럼 사랑스럽고 풋풋한 남자친구가 못 되는 것 같아요. 이별도, 고백도 다 아름다웠잖아요. 그런 장면들에 대리만족하면서 연기했어요.”

▲사진제공=매니지먼트숲

최우식이 맡은 최웅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마땅한 꿈도 없이 자신을 감추며 살아가는 것에 익숙했던 인물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으며, 공부보다는 독서를 더 좋아하는 욕심 없는 캐릭터다. 그는 최웅과 실제 본인의 싱크로율을 ‘60~70%’라고 말했다.

“낯 가리고, 잠도 잘 못 자고, 친구들도 한정돼 있고.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난 웅이를 보면 저와 비슷한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연애 면에서는 앞으로 웅이처럼 해보고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예쁜 사랑을 해보고 싶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가 많이 부족해서 최웅을 닮고 싶어요. 또 이번에 처음으로 최웅을 연기하면서 ‘잘생김’을 욕심냈어요. 최웅은 너무 멋있는 사람이라 제가 외모적으로 잘생겨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웃음)”

올해 서른 세 살이 된 최우식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연기를 펼쳤으며, ‘멜로킹’, ‘로코킹’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며 또 한 단계 성장했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정해뒀던 목표도 이뤄 100점 만점에 75점이라는 점수를 스스로에게 줬다.

‘그 해 우리는’이 아마 마지막 고등학생 역할일 듯해요. 좋은 작품에서 고등학생 연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또 예쁜 장면들을 많이 찍어서 제 인생에 남겨놓을 수 있는 그림이 많아졌어요. 무엇보다 최웅을 연기할 때 저만의 목표와 도전의식이 있었는데, 드라마가 워낙 잔잔하게 흘러가다 보니 ‘최우식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움직임과 얼굴로 최대한의 감정을 보여주자’가 목표였거든요. 이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고, 그래도 100점 만점에 75점을 제 자신에게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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