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도약하기 위해 지배구조 반드시 해결해야"
외부기관으로서의 위원회 역할도 강조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 있어 준법경영 정착 시금석을 세우기 위해, 삼성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가장 먼저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이찬희 신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 파르나스타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내달 임기 시작을 앞두고 이 위원장의 포부와 각오, 향후 준법위 활동과 위원 구성 등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2기 준법위’ 과제로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실현까지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1기 위원회가 삼성이 나아가야 할 준법경영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했다면, 2기 위원회는 이 방향을 향해 길을 닦고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기 준법위는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을 3대 준법 의제로 잡고 활동해왔다.
특히 이 중 1기 준법위가 마무리 짓지 못한 지배구조 개편, 컨트롤타워 재편 등은 2기 준법위가 당면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위원장 역시 이날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표명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배구조는 삼성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다만 얽히고설킨 매듭은 묶는 것보다 푸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와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는 주주인 국민이 삼성의 실질적 주인으로 대우받는 지배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감시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준법위가 다루는 지배구조 영역과 관련한 질문엔 “지분관계 등 수직적 관계에서의 지배구조뿐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지배구조까지, ‘국민이 바라볼 때 옳지 않다’고 보이는 모든 부분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핵심 관계사들을 둘러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맡겼다. 컨설팅 결과가 나온 후 세부 검토가 이어지는 단계로 알려진다. 삼성 준법위 역시 이 과정에서 권고 방식으로 개편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 역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서라든지, 검토보고서를 접하고 있다”라고 했다.
외부기관이라는 특성상 지속해서 제기된 실효성과 관련한 의문에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달걀이 부화하고자 할 때 알 속 병아리가 껍질 깨는 소리를 ‘줄’,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생명이 태어나려면 안팎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라며 “준법경영에도 이같은 법칙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향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이 위원장은 "임기가 시작 전이기도 하고,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완전한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받기 위해 사전에 만나지 않았다"며 "다만 취임 후 빠른 시일 내에 만나고, 준법위 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7개 관계사로 한정된 준법위 활동을 전체 계열사로까지 확대할 용의가 있는지는 "바람직한 면에서 그렇게 해야 하지만, 현재 위원회 구성과 인력으론 나머지 계열사까지 확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7개 관계사에 대한 준법감시업무가 정착되면 그 이후 확정 여부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2기 준법위에서 활동할 위원 명단도 발표됐다. 1기에서 활동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성인희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은 연임됐고, 임기가 남은 원숙연 한국행정학회 회장은 1기와 2기에 걸쳐 활동한다.
신임 위원으론 권익환 전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윤성혜 전 경기 하남경찰서장, 홍은주 한양 사이버대학 경제금융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이들의 임기는 이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다음 달부터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