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가 감금 논란
취약한 보안 환경도 우려
후원사 광고 꺼리는 이례적 올림픽
중국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보스 아젠다 화상회의 연설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슬로건인 ‘함께 하는 미래’를 강조하며 올림픽을 안전하고, 훌륭하게 치러내겠다고 자신했다.
정부의 화려한 홍보 이면엔 강력한 여론 통제가 자리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유명 인권변호사 궈페이슝(본명 양마오둥)이 국가 정권 전복을 선동한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인권변호사 셰양도 같은 혐의로 체포돼 구금상태로 확인됐다.
WSJ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비정부기구 인권수호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잠재적인 비판 의견을 관리하기 위해 미리 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같은 방식으로 반체제 인사를 압박한 바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입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참가 선수가 중국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내용도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양쉬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국장은 “올림픽 정신, 특히 중국법과 법규에 어긋나는 어떠한 행동과 발언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헌장 50조 2항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과 선동을 금지한다’를 기반으로 어떠한 정치적 항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취약한 보안 환경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12월부터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문자, 이메일, 온라인 기록 등이 감시되거나 보안상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악성 소프트웨어로 인한 기기 손상 가능성도 지적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사이버 보안 연구팀인 ‘시티즌랩’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관계자 등이 휴대폰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마이2022’ 앱이 보안에 취약해 개인정보 유출, 당국 감시 및 해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민키 워든 사무국장은 “중국에서 선수들은 자유롭게 말할 수 없고, 행동도 제약받게 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 안전도 따로 신경 써야 하는, 전례 없는 비극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신장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정부 대표단을 중국에 보내지 않겠다며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덴마크 등도 동참한 상태다.
국제적인 비판이 거세지면서 올림픽 공식 후원기업들도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광고를 꺼리는 분위기다. WSJ는 비자, 프록터앤드갬블(P&G), 코카콜라 등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광고를 소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