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은 지난 2년간 디지털 위안화 시험에 앞장서 왔다. 글로벌 디지털 화폐 경쟁에서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였다.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베이징올림픽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팀 수석 매니저인 리 신은 “동계올림픽 같은 대형 이벤트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공개하는 것은 중국의 성취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를 위한 환경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올림픽 기간 동안 맥도날드와 나이키 등 기업들에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압박했다. 또 선수를 비롯한 올림픽 관계자들이 경기장와 올림픽 선수촌에서 현금, 비자 카드, 디지털 위안화 세 가지로만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편리하게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했다. 결제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 워치 등을 제공해 지역 은행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편리하게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우선 오미크론 확산을 우려해 중국이 엄격한 방역망을 구축하면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올림픽 티켓의 대중 판매를 중단했다. 초강력 코로나 방역 수단인 ‘버블’도 구축했다. 선수 및 관계자, 언론인 등은 제한된 공간인 거대한 ‘버블’안에서만 지낼 수 있다.
또한 서방국 의원들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자국 선수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미국 올림픽위원회에 선수들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부연구원은 “올림픽은 관광객과 중국인들이 디지털 위안화에 친숙해지는 첫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중국 정부가 올림픽 관객 수를 대폭 규제하면서 기회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