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시장성 측면에서 명암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백신 후발주자인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성공 가능성을 찾고 있다.
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 다수가 해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고 특히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필요한 나라에 침투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mRNA 백신 'EG-COVID'를 개발하는 아이진은 호주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부스터샷 임상 신청을 완료했다. 임상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지난달 초 신청한 호주 임상이 먼저 승인되면, 호주에서 1상 투약을 완료하고 이를 연계해 남아공에서 2a상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임상에는 오미크론 mRNA 서열을 적용한 백신군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G-COVID는 전신 반응을 일으키는 지질나노입자(LNP) 대신 아이진 고유의 양이온성리포좀을 전달체 시스템으로 사용해 기존 mRNA 백신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동결건조 제형으로 생산이 가능해 2~8℃에서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
아이진은 인구가 많은 저개발 국가의 경우 보관·유통이 까다로운 mRNA 백신 대신 불활화 백신(사백신)이나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점에 착안, EG-COVID가 이들 국가에서 높은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해외 임상 시험의 2상 단계에서는 mRNA 백신 투여자를 제외하고 진행해 시장 기회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원생명과학도 지난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DNA 백신 'GLS-5310'의 부스터샷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mRNA 백신과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을 접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흡인작용 피내접종기(Gene-Derm)를 이용한 피내 접종군과 피내 접종 및 코 스프레이를 이용한 비강내 접종을 병용한 접종군을 비교한다.
제넥신은 DNA 백신 'GX-19N'의 임상 전략을 일찌감치 부스터샷으로 선회했다. 점점 작아지는 미접종군 시장보다 부스터샷 시장이 사업성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임상 2ㆍ3상을 신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임상 규모는 총 1만4000명이다.
GX-19N 부스터샷 임상은 사백신인 시노백·시노팜 백신 접종 후 3개월이 지난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백신은 기존의 스파이크 항원에 뉴클리오캡시드 항원을 추가 탑재, T세포를 증가시켜 오미크론을 포함한 다양한 변이에서 효능을 발휘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시노백·시노팜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수억 도즈가 판매된 만큼 이를 대상으로 한 GX-19N 부스터샷의 시장성이 충분하다"면서 "연내 허가신청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백신 개발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임상 3상에 진입한 유바이오로직스는 필리핀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파트너사와 '유코백-19' 공급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개발에 성공하면 기술이전 방식으로 현지에서 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코백-19는 자체 확보 항원 및 면역증강기술(EuIMT)과 출자회사인 미국 POP바이오테크의 항원디스플레이기술(SNAP)을 융합한 백신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부스터샷으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을 추가 진행하고, 오미크론 대응 백신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코백-19 출시 후 안정성과 유통 편의성, 가격 등의 경쟁력을 내세워 인구가 많은 중소 소득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중남미, 독립국가연합(CIS), 아시아 국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