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선보인 완전변경 모델…실용 영역대 주행성능 탁월
기아 니로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해왔다. 2016년 하이브리드(HEV) 모델로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2018년에는 전기차(EV)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친환경 모델만으로 제품군을 구성하며 디젤, 가솔린 일색이던 SUV 시장에 균열을 냈다.
신형 니로는 6년 만에 선보인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다. 2019년 공개된 콘셉트카 ‘하바니로’의 디자인을 계승하며 1세대와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갖췄다. 외관은 간결하면서도 도전적인 스타일을 구현했다. 전면은 기아의 상징인 타이거 페이스 디자인을 기존 후드에서 펜더까지 확장해 차체가 더 커 보이게 했다. 여기에 심장 박동을 형상화한 LED DRL(주간주행등)을 더해 날렵한 인상을 완성했다.
측면은 부메랑 모양의 리어 램프와 C필러(2열 유리와 뒷유리 사이 기둥)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역동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C필러는 차체와 색상을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기존 차량에서 볼 수 없던 디자인이라 다소 낯설긴 하다. 디자인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장점도 있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후면도 간결한 램프를 배치해 깔끔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신형 니로는 3세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설계해 공간 활용성을 강화했다. 길이(전장)는 4420㎜로 기존보다 65㎜ 길어졌고, 휠베이스(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의 거리)도 20㎜ 늘어난 2720㎜다. 너비(전폭)와 높이(전고)는 각각 1825㎜, 1545㎜다. 기아 셀토스보다 크고 스포티지보다는 작은 차체다. 2열은 키가 180인 성인이 앉기에도 머리와 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실내에는 친환경 대표 차종의 정체성을 반영했다. 천장에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가 함유된 섬유를, 인조가죽 시트는 유칼립투스 잎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섬유를 사용했다. 친환경 소재는 자칫하면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신형 니로는 완성도를 높여 기존 소재와 큰 차이가 없도록 만들었다. 기아의 다른 최신 차종처럼 센터페시아에 10.25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센터 콘솔에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을 조화시켜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시승은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 가평을 돌아오는 113㎞ 구간에서 이뤄졌다. 주행을 시작해도 정숙함이 유지됐고, 차체가 마치 전기차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힘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특히 실용 영역대에서 훌륭한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저속 주행이 잦은 도심에서 매끄럽게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운전 중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다만, 고속 구간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00㎞ 이상으로 내달릴 때 가속력이 아쉽다. 물론 스포츠모드로 설정하면 아쉬움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신형 니로는 스마트스트림 G1.6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4.7㎏ㆍ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2세대 6단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린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20.8㎞다. 이날 시승에서 연비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운전했는데도 계기판에는 21.2㎞/ℓ라는 기록이 찍혔다.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가격은 △트렌디 2660만 원 △프레스티지 2895만 원 △시그니처 3306만 원이다.
신형 니로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공간, 주행 성능, 편의사양까지 모든 부문에 걸쳐 한 단계 진화했다. 하이브리드뿐 아니라 여느 내연기관 SUV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뛰어난 하이브리드 기술력까지 더했다. 실용적이면서도 멋진 SUV를 찾는 소비자에게 신형 니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