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9일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최종 결론…"운항 제한 시 규모의 경제 취지 무색"
“핵심 노선 운항을 제한하면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라 할 수 없다.”
“국적 항공사의 운항 축소는 결국 소비자 권리 훼손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좌우할 공정거래위원회 최종 결정 시점이 다가오자 업계에서 표출된 목소리다. 항공업계는 공정위가 원안대로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면 양대 항공사 합병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9일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원 모두가 참석하는 최고 의사결정 절차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주재하며, 재적 위원(9인)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앞서 공정위는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항공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 재배분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을 축소하는 대신 새로운 항공사의 진출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대한항공도 이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지난달 21일 공정위에 제출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최종 결정에서도 통합 항공사의 운항을 줄이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정위가 항공 산업의 독과점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복해서 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일부 조건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을 공정위에 낸 것으로 보이지만, 공정위는 큰 변동 없이 원안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원안대로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통합 항공사를 출범하는 의미가 사라진다고 비판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합병을 택했는데, 핵심 노선 운항 횟수를 줄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앞서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와 경쟁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의 슬롯 점유율을 확대해 적극적으로 해외 환승 수요를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하지만 공정위 결정대로 핵심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면 애초 계획한 통합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진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은 통합 항공사의 고용 유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양사 항공편 운항이 기존보다 줄어들면 일감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이 통합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운항 축소는 장기적으로 고용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항공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의 불편도 우려된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에 따라 일부 운수권이 반납된다 해도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없을 수 있어서다. LCC(저비용항공사)가 중대형기를 도입해 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수는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려면 숙련된 인력과 서비스 거점 확보, 여러 대의 항공기 투입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항공사가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LCC가 단거리 알짜 노선을 먼저 확보하려 할 것이다. 현재 보유한 기종으로도 운항할 수 있고, 수요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장거리 노선은 다시 반납되는 상황이 벌어져 소비자 권리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