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94)가 독일 뮌헨 대교구에서 발생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청소년 성학대에 공식 사과했다.
8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는 개인 비서인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를 통해 “가톨릭 교회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았기에 내 재임 기간 여러 곳에서 발생한 학대와 오류에 고통이 크다”라며 참담함을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여러 사도적 여정에서 사제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심각한 잘못의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라며 “아울러 우리가 이를 소홀히 하거나 그에 걸맞은 결단력과 책임감으로 이에 맞서지 못할 때 우리 자신도 심각한 잘못에 빠져든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학대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깊은 슬픔을 표하고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다”라며 “모든 성폭력 사건은 끔찍하고 돌이킬 수 없다.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 모든 일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번 베네딕토 16세의 사과는 뮌헨 대교구의 성 학대 사건 보고서가 공개된 후 첫 입장이다. 다만 그의 변호인들은 “라칭거 추기경(베넥딕토 16세)은 학대 행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한 적이 없다”라며 별도의 서신을 통해 선을 그었다.
한편 독일 WSW 법무법인은 뮌헨 대교구 의뢰를 받아 사제의 성 학대 범죄를 조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20일 결과 보고서를 통해 1945∼2019년 사이 대교구 내 최소 497명의 피해자를 확인됐음을 알렸다. 피해자 가운데 60%는 8∼14세 사이의 미성년자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는 1977~1981년 뮌헨대교구 대주교를 지냈으며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교황 자리에 올랐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났다. 종신제인 교황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사례는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