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2021년 스마트폰 시장을 돌아본다

입력 2022-02-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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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은 한때 휴대폰 판매량 점유율 1위 국가였다. 지금도 스마트폰이 우리 경제와 IT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2021년은 한국 휴대폰 역사에서 시련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LG전자가 계속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베트남과 인도 법인의 생산 차질을 겪었다.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으로 여겨지는 공급망관리 역량에 큰 오점을 남겼다. 플래그십인 갤럭시 S 시리즈의 판매 성과가 미흡한 가운데,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단종과 함께 라인업을 재정비해야 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게 밀리고 보급형 시장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에게 위협받는 형국이었다.

2021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6.6% 증가한 13억 8700만 대였다. 지역별로 성장률 편차가 컸는데, 미국 14.2%, 인도 12.2%에 비해 중국은 -2.1%로 중국 시장의 침체가 장기간 지속됐다. 중국은 내수 부진 이외에도 5G 교체 수요 둔화, 부품 공급난, 화웨이 몰락 등이 스마트폰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도 반도체 수급 차질 및 부품 공급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으로 전력관리칩(PMIC), 보급형 애플레케이션 프로세서(AP), 무선통신칩(RFIC) 등이 발목을 잡았는데, 다행히 연말로 가면서 완화되는 조짐이 보였다. 막강한 부품 구매력을 가진 애플의 공급망이 가장 빨리 정상화되고 있는 반면에, 중국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다.

업체별 2021년 점유율 변화폭을 보면, 샤오미 2.8%p, 애플 2.6%p, 오포 1.5%p, 비보 1.4%p 순으로 상승했다. 이들은 대부분 화웨이의 파이를 나눠 먹었다. 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했던 화웨이는 8.3%p 급락한 2.8%의 점유율을 기록해 존재감이 사라졌다. 상위 톱 5위 중에 삼성전자만 점유율이 1.2%p 하락했다.

단연 애플이 승자였다. 아이폰 12 시리즈와 아이폰 13 시리즈가 연속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코로나가 촉발한 수요 양극화 추세와 더불어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독주했다. 12월 기준으로 판가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80%를 웃돌았다. 12월까지 3개월 연속 글로벌 1위이자 중국 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 내 1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미·중 갈등의 희생양인 화웨이의 몫을 미국 기업인 애플이 흡수하고 있다.

샤오미는 상반기에 약진했지만, 하반기에는 부품난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5월에는 유럽과 신흥시장에서 선전하면서 깜짝 글로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저가 브랜드의 약진도 눈에 띈다. 중국의 아너(Honor)와 인도의 리얼미(Realme)가 대표적이다. 아너는 온라인 채널의 강점을 앞세워 중국 내 5강 구도를 형성했다. 미국에서는 모토롤라가 LG전자 사업 철수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폴더블폰 시장의 고성장세를 주목하자. 2021년 860만대에서 2022년에는 1640만 대로 91% 성장할 전망이다. 갤럭시 Z 3 시리즈의 성공이 기폭제가 됐다. 최근 오포, 아너, 화웨이 등 중국 브랜드들이 폴더블폰 신모델을 공개함에 따라 경쟁 본격화 및 생태계 활성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는 가격과 휴대성에서 앞선 클램쉘(Clamshell) 타입이 판매량 면에서 우세지만, 장기적으로는 북(Book) 타입 중심의 성장이 예상된다. 북 타입이 대화면의 취지에 부합하며, 재구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폴더블폰의 약점인 내구성을 강화하고, 판가를 낮추려는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다행스러운 점은 생산 차질 이슈를 딛고 7월부터 점유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갤럭시 Z 3 시리즈 성공을 계기로 폴더블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판매량 측면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그 시작이 갤럭시 S 22 시리즈일 것이다. 하반기 새로운 갤럭시 Z 시리즈는 강화된 성능과 개선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차별적인 폼팩터에 대한 수요를 촉발하고,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공백을 메울 것이다. 모처럼 부품 업체들에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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