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고객사 로드맵 달성 돕겠다…국내 지사 규모도 확대”
EUV 장비 가용성 내년이면 90% 넘길 것
차세대 장비 '하이 NA' 2025년 도입
피터 베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가 “한국 고객사의 로드맵 달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혁신 추진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대만 TSMC, 인텔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EUV 장비를 공급 중이다.
베닝크 CEO는 9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2’ 기조연설에서 “다양한 반도체 업체와 협업을 통해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특히 한국에서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특히 EUV 생태계 핵심 인프라인 마스크 인프라 증착, 식각 부문에서 협업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베닝크 CEO는 “새로운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학계와도 협업해야 한다”며 “공급사에 보상을 공유해 이들이 혁신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ASML은 2030년 전까지 국내 지사 임직원 수를 1400명에서 4000명까지 확대하고, 한국 내 공급기반 확대를 모색해 재제조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1996년부터 국내 지사를 둔 ASML은 현재 청주, 이천, 평택, 화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앞서 ASML은 지난해 11월 동탄2신도시 도시지원시설 용지 약 1만 6000㎡ 부지에 1500명 수용이 가능한 사무공간(본사 확장) 및 DUV·EUV 트레이닝센터, 재제조 센터 등을 짓기 위한 2400억 원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EUV 장비 수급이 고급 공정 반도체 제조의 핵심이 된 상황에서, 협업 강화를 통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노광보다 파장이 짧아 반도체 미세회로 구현을 위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한 대에 2000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지만, 매년 생산 대수도 한정적이라 반도체 시장에선 EUV 장비 수급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시의적절한 EUV 장비 확대가 필수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도 EUV가 도입되면서 지난해부터는 SK하이닉스도 장비 수급 전쟁에 뛰어들었다.
베닝크 CEO는 “아직 EUV 기술성숙도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현재 80%대 후반 수준인 가용성(시스템 품질 속성 중 시스템이 장애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능력)이 1~2년 내 90%를 넘을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DUV(심자외선) 공정과 마찬가지로 95%를 웃돌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인 '하이 NA(High NA)'도 언급했다. 로직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으로 진행되면, 기존 EUV 장비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 NA 장비는 기존 EUV 대비 렌즈 및 반사경 크기를 확대해 이전보다 섬세한 패턴 묘사를 가능하게 한다. 지난달 인텔이 ASML과 이 장비에 대한 공급 계약을 선제적으로 체결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베닝크 CEO는 “지난 1년간 하이 NA와 관련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며 “노광 렌즈 수차(NA)를 0.33에서 0.55로 끌어올린 하이 NA 장비가 2025~2026년께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